현대차, 61.9% 찬성으로 잠정합의안 가결르노코리아 노사, 임단협 주기 놓고 갈등한국지엠도 부평2공장 문제 핵심쟁점으로
  • ▲ 현대차 노조가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개표결과를 집계한 후 가결을 선포하는 모습. ⓒ현대차 노조
    ▲ 현대차 노조가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개표결과를 집계한 후 가결을 선포하는 모습. ⓒ현대차 노조
    현대자동차 노사가 ‘상생’을 선택하면서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다. 반면, 르노코리아와 한국지엠은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올해 교섭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전날 전체 조합원 4만6413명을 대상으로 올해 임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전체 조합원 중 3만9125명(84.3%)이 투표했으며, 2만4225명(61.9%)이 찬성해 가결됐다. 노사는 오는 21일 오후 3시 조인식을 가질 예정이다.  

    당초 올해 교섭은 강성 노조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장기화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노사는 이달 11일 ‘국내공장 미래 투자 관련 특별 합의서’를 도출하면서 협상 타결의 계기를 만들었다. 

    또한 12일 교섭에서 ▲기본급 9만8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수당 1만원 ▲경영성과금 200%+4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150만원 ▲하반기 목표달성 격려금 100% ▲미래자동차 산업변화 대응 특별격려 주식 20주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등의 내용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 확보를 위해 노사관계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사측은 1차 협상안에서 기본급 8만9000원 인상, 성과급 250%+300만원을 제시했고 2차 협상안에서는 기본급 9만5000원 인상, 성과급 280%+40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10만원으로 상향했다. 잠정합의안에서는 이보다도 조건을 높였다. 

    노조에서도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후 “사측과 국내공장 투자 및 신규인원 충원 사안에 합의했으며, 이를 통해 조합원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었다”면서 사측의 변화에 화답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문제가 지속되고 있고 향후 경기침체로 인한 위기감에 노사가 공감한 점도 조기 타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노사가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뤄내면서 현대차 노조와 공통 투쟁에 나선 기아 노조도 조만간 합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기아는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에서 임단협이 마무리됐다. 

    노사는 20일 제7차 실무교섭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5월 63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기로 했고, 특히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연간 최대 15만대 규모의 목적 기반 차량(PBV)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기로 한 점도 교섭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 ▲ 한국지엠 노사는 부평2공장 사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지엠 노사는 부평2공장 사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르노코리아와 한국지엠은 현대차와 전혀 다른 분위기다. 우선 르노코리아 노사는 임단협 주기를 놓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측은 3년 정도의 다년 주기로 교섭을 진행하자는 입장이며, 노조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7일 5차 본교섭 후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13~14일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71.9% 찬성으로 가결됐으며, 노조는 15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했다. 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게 된다.  

    노조 관계자는 “큰 이변이 없다면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져 오는 26일께 쟁의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쟁의권을 무기로 사측을 압박하고 교섭과 투쟁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 성과급은 통상임금의 400%(약 1694만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연내 가동중단 예정인 부평2공장의 전기차 생산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측은 부평2공장에서 생산하는 ‘스파크’와 ‘말리부’의 판매 부진으로 연내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부평2공장 직원들은 부평1공장과 창원공장으로 분산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노조는 부평2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모든 국내 공장에 대한 미래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스티브 키퍼 제너럴모터스(GM)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11월 간담회에서 “한국에서 전기차 생산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양측이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의 경우 위기극복을 위해 노사가 뜻을 모으면서 교섭을 마무리했다”면서 “르노코리아와 한국지엠 노조도 회사의 생존을 위해 투쟁 일변도의 스탠스에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