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로고

"제일모직 가치, 인위적 조정 없었다"… 삼성물산 합병의혹 공판서 진술 번복

안진 회계사 증인 출석… "검찰 조서, 진술 취지와 달리 작성돼""합병비율 검토보고서 최종본 아냐… 검토 과정의 일환""삼성, 주가 수준에 맞춰 보고서 작성 요구 및 강요 없었다"

입력 2022-08-11 22:55 | 수정 2022-08-11 22:55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혹과 관련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안진회계법인 회계사가 돌연 검찰 조사 당시 진술을 번복했다. 

지난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 검토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제일모직 가치를 인위적으로 높이려고 하지 않았다는 게 주요 요지다. 특히 검찰 조사 당시 증인의 취지와 다르게 진술조서가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11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59차 공판을 진행했다.

공판에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계사 조 모씨가 출석했다. 조 모씨는 합병비율 검토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양사의 자문을 맡은 삼성증권이 안진과 삼정케이피엠지(KPMG) 회계법인(삼정)에 합병비율(1:0.35)이 타당한지를 의뢰해 작성된 문서다. 이날 공판에서는 보고서와 관련한 삼성 개입 및 제일모직의 가치 평가의 인위적인 조정이 있었는지가 다뤄졌다. 

조 모씨는 삼성의 지시는 없었고 보고서 역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것일 뿐 최종본이 아니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삼성 측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인 1대 0.35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안진회계법인에 조작된 합병비율검토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담당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진회계법인의 수뇌부가 삼성과의 관계를 우려해 삼성의 입맛에 맞게 보고서를 다시 작성했다고 보고 잇다. 이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승계작업의 일환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날 조모 씨의 증언을 통해 이 같은 검찰의 주장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조 모씨는 조사 과정에서 강압적인 분위기 탓에 정확한 진술이 힘들었다고 설명하며 '검찰 조서'의 신빙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조 씨는 '진술조서를 보면 제일모직 평가 금액을 인위적으로 조정해서 올려야 한다는 질문에 맞다고 대답했다'는 변호인단 질문에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상태에 수사관이 제시한 자료만 보고 대답한 것"이라며 "수사관이 20~30분 소리를 지르는 상황에서 제가 원하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합병비율 검토 초기 우리가 모르는 가치가 있을 수 있어 확인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무조건 맞추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이때 자료 만들었던 상황 자체는 저희가 보고서에 결론은 아니었고, 회사의 사업이라든지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 중간 과정의 내용"이라며 "보고서 작성에서 삼성의 요구 및 지시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조 씨는 지난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미팅에서 우모 부장이 화를 냈다는 것과 관련 가이드라인이나 요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지난 1월 안진회계법인 직원 오모 씨는 같은 날 보고서 내용에 대해 우 부장이 화를 냈고, 이후 5월22일 안진회계법인 정 부대표와 만나 상의를 한뒤 해당 보고서가 삼성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고 진술했지만 이후 공판에서 번복한 바 있다. 

조 씨는 "가이드라인이나 요구로 받아들여 작성햇다 그런건 아니었다"며 "우 부장이 합병 업무 실무를 담당해 업무 차질을 우려했을 것 같고 그 당시 자료가 마음에 안 들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우 부장이 주가수준에 맞춰 보고서를 가지고 오라는 언급은 없었다"며 "삼성물산 가치에 대한 논의만 있었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번 재판의 주요 쟁점은 ▲1:0.35의 비율로 진행된 제일모직-삼성물산 흡수합병의 불법성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는지 여부 등이다. 

변호인단은 당시 삼성물산의 상황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의 일부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삼성물산은 건설업의 불경기 지속과 해외프로젝트로 인한 막대한 손실로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 변화로 순환출자 등 규제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합병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합병 이후 삼성물산의 경영실적과 신용등급도 상승하는 등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합병 비율 역시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해졌다는 설명이다. 당시 산정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은 1:0.35로 자본시장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사회 결의일 이전 한달간 각 회사 시가총액의 가중평균값으로 결정된 바 있다.
조재범 기자 jbcho@newdailybiz.co.kr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뉴데일리 댓글 운영정책

자동차

크리에이티비티

금융·산업

IT·과학

오피니언

부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