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올해 시장조성자 6곳 선정…대다수 대형 증권사 불참작년 참여 증권사 중 9곳 모두 불참…증권사 몸 사리기 나서계약 종목 수도 대폭 감소…투자자 유동성 부족 피해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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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민석 기자
    주식시장 내 시장조성자 활동이 약 1년 만에 재개된다. 하지만 참여 증권사가 작년의 절반 이상 수준으로 감소하고 시장조성계약 종목 수도 대폭 줄어들면서 유동성 부족과 변동성 확대로 인한 투자자의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시장조성자들에 시장교란 혐의로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리자 증권사들이 대거 불참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시장조성자의 법률 리스크 대한 부담을 줄일만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전일 주식시장의 가격발견기능과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6개 증권사와 2022년도 시장조성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시장조성 사업자로 참여한 곳은 NH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신영증권, IMC증권, 교보증권 등이다. 이중 IMC증권은 네덜란드계 외국 증권사다. 

    계약기간은 9월 1일부터 12월 30일까지다. 이 기간 동안 시장조성자들은 시장조성계약 종목에 대해 상시로 시장조성 호가를 제출한다. 일정 수준의 의무 스프레드를 유지하게 함으로써 저유동 종목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시장조성활동 참여자 수와 시장조성계약 종목 수가 모두 크게 줄었다. 코스피시장 시장조성자 수는 지난해 14곳에서 6곳으로, 코스닥 시장은 14곳에서 5곳으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지난해 시장조성자로 참여했던 골드만삭스, SG증권, CLSA코리아 등 외국계 증권사를 비롯해 메리츠증권, 부국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KB증권 등 9곳은 올해 모두 불참했다. 

    시장조성계약 종목 수도 줄었다. 코스피 시장의 시장조성계약 종목 수는 332종목에서 248종목으로 25% 감소했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346종목에서 295종목으로 15% 줄었다.  

    제도 운영 주체인 한국거래소는 증권사들의 시장조성 활동 참여가 부진한 배경에 대해 최근 법률 리스크가 증대된 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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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시장조성자 활동을 한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가 제도 축소의 원인이 됐음을 의미한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해 9월 잦은 호가 취소, 정정 등으로 인한 시장 질서 교란을 이유로 골드만삭스증권, SG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 신영증권, 부국증권, CLSA 등 9개 증권사에 480억원의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금감원 결정을 뒤집으면서 과징금 부과는 무산됐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규제 리스크 부담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당시 과징금을 부과받은 증권사 9곳 중 미래에셋증권과 신영증권을 제외한 7곳이 이번 시장조성계약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조성자 활동은 회사에 큰 수익을 안겨다 주는 사업도 아니면서도 꽤 많은 인력이 필요한 일”이라며 “시장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의적 차원의 활동이 부당이익을 취하기 위한 행동으로 비치면서 굳이 제도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시장조성 활동에 참여하는 증권사와 시장조성계약 종목 수가 작년에 비해 대폭 줄어들면서 시장 유동성이 감소하거나 시장이 충격에 민감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직접 느끼기는 힘들겠지만, 통계적으로 봤을 때 호가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시장 충격이 커지는 등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유동성이 적은 특정 종목에 갑자기 많은 주문이 들어왔을 때, 과거엔 시장조성자가 적극적으로 매수·매도 주문을 내서 주가가 크게 하락하거나 상승하는 일이 적었다”라며 “이러한 충격에 과거보다 민감해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12월 증권사들과 다시 계약을 맺어 내년 1년간 시장조성자 활동을 맡을 증권사들을 모색할 예정”이라며 “증권사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등 유인책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조성자의 적극적 활동을 위해선 이전과 같은 법률 리스크가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점이 담보돼야 한다”라며 “이와 함께 충분한 인센티브가 제공되면 참여 증권사 수는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