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색소 수치 ‘10g/dl’의 함정… 수술방의 관습 탈피 수술 후 3일째 최저치 찍어도 1주일 내 원상복구 패턴고령화 문제 직격탄… 출혈 줄이는 환자혈액관리 체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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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혈액 보유량’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당장 올겨울 재유행과 한파, 독감이 겹치는 순간이 오면 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단 신종 감염병의 출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헌혈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같지 않고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 수혈은 많이 필요하지만, 피는 부족한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안은 없을까.최근 본지와 만난 노재휘 순천향대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국내에서 수술방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습관은 혈색소 수치 10g/dl, 즉 헤모글로빈 수치가 10 이하로 떨어지면 수혈을 하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수혈을 하는 것이 일종의 공식이었다”고 밝혔다.그는 “시대가 바뀌었고 무분별한 수혈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잘 알려졌지만, 여전히 개선이 어려운 현실”이라며 “인식제고와 함께 적정한 혈액관리 기반으로 대응체계가 형성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진단했다.환자의 신체 상태나 수술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무수혈 또는 최소수혈로 가능한 지점을 찾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앞서 그가 발표한 논문(SCI급 국제학술지: 국제 환경연구 및 공중보건 저널)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무릎인공관절 수술 시 이뤄지는 수혈률은 2018년 기준 75.5%로 미국(8%), 영국(7.5%), 호주(14%) 등 외국의 수혈률과 비교하면 크게 높았다.실제 작년과 올해 혈액 보유량이 급감하자 중소병원들의 정형외과 수술이 미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수혈이 빈혈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작용한다는 인식하에 수술 자체가 멈춰버린 것이다.노 교수는 “의료진들에게 환자의 혈색소 수치의 감소는 두려움을 갖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만에 하나 책임소재가 있을수도 있기 때문에 조바심이 나는 구조”라면서 “일련의 연구에서 지시했듯 3일 이후 수치가 반등하는 패턴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정형외과 수술로 보면, 골절 수술과 인공관절치환술의 경우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수술 후 3일째 최저치를 보이고 1주일 이내 다시 혈색소 수치가 10g/dl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그는 “수술 과정에서 일부러 피를 더 내고 수혈하는 의사는 한 명도 없다. 다만, 관습적으로 이어져 온 수혈 공식의 한계를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혈액 보유량에 대응하기 위한 지침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수혈은 수술 전후 감염, 내부기관 손상, 장기입원, 정맥혈전색전증은 물론 사망과 연관된 다양한 합병증 우려가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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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혈 줄이는 환자혈액관리(PBM) 보편화 과제노 교수는 “최근 들어 수술실 내에서 출혈을 줄일 수 있는 여러 방법이 고민되고 있다”며 “환자혈액관리(PBM)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수술 전 빈혈에 대한 교정을 위해 조혈제(EPO) 투여, 정맥 내 철분제제 사용, 자가수혈 기기를 이용한 셀세이버, 트라넥사민 산(TXA) 주사 등이 통용되고 있다.수혈을 대체해 빈혈을 교정하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각 의료기관에서 환자혈액관리 측면에서 활용한다면 효율적 대응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그는 “그간 무수혈 또는 최소수혈 수술을 진행하면서 빈혈과 관련된 합병증은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환자혈액관리요법의 전방위적 확산이 필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이어 “헌혈 가능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고령화와 인구 절벽으로 인한 직격탄이 혈액 부족으로 이어지겠지만, 노인인구의 증가로 수술이 많아져 더 많은 피가 요구되는 실정”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무수혈 중심의 수술 문화 확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