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코텍 소액주주 연대, 김정근 대표 재선임 저지… 제노스코 상장 철회 목표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서 소액주주 표심, 형제 → 모녀로 경영권 확보 핵심 역할아미코젠 소액주주, 임시 주총 통해 창업주 신용철 회장 해임"중소상장사, 가족 위한 무리한 의사결정 어려워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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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스코텍 본사 전경. ⓒ오스코텍
제약바이오업계 내 소액주주들의 입김이 세지고 있다. 오스코텍 주주들은 대표 재선임을 막았고 아미코젠 주주들은 창업주 해임을 이끌어냈다. 과거와 달리 소액주주들이 회사와 경영진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진행된 오스코텍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연대가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이사의 재선임을 막는데 성공했다. 이에 김정근, 윤태영 각자대표 체제에서 윤태영 단독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김 대표 임기는 이달 만료된다.오스코텍은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유한양행의 '렉라자' 원개발사다.오스코텍은 그동안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의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면서 주주들과 갈등을 겪어왔다. 오스코텍은 제노스코의 지속적인 R&D(연구개발)를 위해서는 자금조달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상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오스코텍은 제노스코의 지분 59.12%를 보유하고 있다.반면 오스코텍 주주들은 제노스코 상장이 중복상장, 편법 증여라고 반발했다. 지금까지는 렉라자 수익이 오스코텍 주식가치로 반영됐지만 제노스코가 상장하면 렉라자 로열티 가치가 반토막나며 오스코텍의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김정근 대표의 아들이 제노스코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제노스코 상장은 편법 증여라고 지적했다.최영갑 오스코텍 주주연대 대표는 "액트라는 소액주주 연대 플랫폼을 통해 주주들의 지분을 한 데 모을 수 있었고 장기 투자자분들이 많았는데 이들의 도움이 컸다"면서 "주주연대는 김정근 대표가 미운게 아니라 제노스코 상장 반대 측면에서 대표 재선임 반대에 표를 행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오스코텍 소액주주 연대는 제노스코 상장 철회 목표를 이룰 때까지 목소리를 낼 방침이다.업계에서 소액주주의 역할이 주목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도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따라 승패가 좌우됐다.지난해 한미약품은 오너가 모녀(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임주현 부회장) 측과 형제(임종윤 북경한미 동사장·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전 대표)로 나뉘어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표대결을 진행했다. 형제 측은 배당 강화 등 주주 이익 제고 방안을 제시하며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얻어 지난해 3월 정기 주총에서 먼저 승기를 잡았다.하지만 이후 형제 측의 주가 방어 실패, 분쟁 장기화 우려 등으로 인해 주주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형제 측이 제시한 중장기 성장 전략에 대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주주들이 늘어났다.그 사이 모녀 측은 상속세 해결을 위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지분 매입, 공동 의결권 등 계약을 체결했다. 신 회장은 주주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주주 설득 행보를 보였다. 이를 통해 모녀 측은 소액주주들과의 신뢰를 회복했고 경영권 분쟁의 판세를 바꾸는 분수령이 됐다. 결국 한미약품은 모녀 측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아 '뉴한미'로서 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바이오 소재 기업인 아미코젠도 지난달 창업주 신용철 회장이 임시 주총을 통해 해임됐다. 신 회장은 잇단 투자실패로 입지가 좁아진 상태였다. 이에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광무를 전략적 투자자(SI)로 유치하려 했는데 주주들은 광무가 '기업사냥꾼 세력'과 연관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반대했다. 또 신 회장이 50억원 규모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혐의로 피소된 사실도 알려졌다.이에 소액주주들은 임시 주총에서 해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고 압도적인 찬성으로 신 회장은 해임됐다. 아미코젠 경영권은 신 회장에서 표쩌 대표이사로 넘어갔다.이처럼 최근 업계에는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등 변화가 감지된다. 윤태준 액트 연구소장은 "아직 큰 변화를 가져올 정도로 많은 기업에서 이런 일(오스코텍, 아미코젠)이 일어났다거나 누구나 알만한 큰 기업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극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란 예측은 성급하다"면서도 "중소상장사에서 오너들이 자신 또는 가족을 위해 무리한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점점 어려워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