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2024년 상반기 민자·재정구간 동시 조기착공"경쟁입찰 3차례 유찰돼… 사실상 '수의계약' 추진 방침공단이 설계하는 '기타공사' 배제… 발주청 의견 무시兆단위 토목공사 유착 가능성… 사업성 낮아 협상 '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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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토교통부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인천대입구~마석)을 조기 착공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사실상 국가철도공단을 '패싱'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교통공약인 GTX 조기 착수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산하기관과의 엇박자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온다.국토부는 이날 GTX-B노선의 민자·재정구간을 오는 2024년 상반기 동시에 조기 착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사업의 민자사업 구간은 인천대입구~용산 구간과 상봉~마석 구간 등 62.8㎞, 재정사업 구간은 용산~상봉 구간 19.9㎞다. 애초 사업성 부족으로 폐지까지 거론됐던 GTX-B노선은 정부가 지난해 민자·재정구간을 분리 추진키로 하고 올해부터 사업자 선정 절차를 밟아왔다.그러나 재정구간(총 4개 공구) 1~3공구에 대한 경쟁입찰이 3차례나 유찰되면서 사업 추진에 가속이 붙지 못했다.이에 국토부는 모든 공구를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추진해 사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를 통해 내년 3월까지는 실시설계 적격자를 선정하고, 이듬해 조기 착공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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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토부가 이처럼 사업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정작 사업을 발주할 철도공단과는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국가계약법령 등 절차에 따라 사업 일정과 대심도 터널 공사의 난이도 등을 고려해 철도공단과 협의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국토부가 '수의계약'이란 표현을 직접 쓰진 않았지만, 철도업계에선 국토부가 수의계약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철도공단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과 진배없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3개 공구에 대한 경쟁입찰이 단독입찰로 3차례나 유찰됐기 때문에 국가계약법상 수의계약 요건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도 '수의계약으로 사업자를 선정하려는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애초 관련 업계에서는 GTX-B노선의 수의계약 가능성이 작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사업비가 조(兆) 단위인 대규모 토목공사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칫 민·관 유착에 대한 우려를 살 수 있는 데다 원칙적으로 수의계약이 가능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강제조항이 아닌 발주청의 재량권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공개 경쟁입찰이 무산됐을 때 선택권이 수의계약밖에 없는 것도 아니다. 기타공사 계약으로 변경해 진행하는 방법도 있다. 설계는 철도공단에서 하고 시공을 건설업계가 맡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사실상 수의계약 카드로 내부방침을 정해놓은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국토부의 보도자료 내용은 수의계약을 맺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면서 "(공단과) 협의를 거쳐 사업방식을 정한 후에 발표했어도 됐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수의계약이 현실적으로 공단에 불리한 측면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GTX-B노선의 사업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국토부가 조기 착공을 강조하다 보면 시공사의 요구조건들을 시시콜콜 들어줘야 하는 처지로 몰릴 수 있다는 견해다. GTX-B노선은 2014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분석(B/C)이 0.33에 불과했다. 100원의 돈을 썼는데 그로 인해 얻는 편리함과 유익함은 33원에 그친다는 얘기다. B/C는 1.0을 넘어야 사업성이 있다고 본다. 이 사업은 2019년 2월 재예타 중간보고에서도 B/C가 0.8 남짓이었다.한편 B노선 민자구간은 지난 7월4일 시설사업기본계획(RFP)을 고시한 상태다. 국토부는 올해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내년에 실시협약을 맺을 계획이다. 협상 중에도 실시설계를 병행해 착공 시기를 최대한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국토부 GTX 담당과장은 공단과의 협의에 대해선 "아직 공단 내 관련 행정절차가 남아 있어 최종적으로 확정된 건 아닌데 사전협의를 거쳤다"면서 "(공단도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합의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