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 우리말 녹색병 소주 판쳐 우리 소주 인기 높아지자 도 넘은 '미투 제품' 출시무분별한 '짝퉁'에 소주 신뢰성 흔들릴까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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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큰 영향은 없지만 한국 소주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A 주류회사 해외사업 관계자의 말이다. 한류 열풍을 타고 전세계에 소주가 빠르게 전파되고 있지만 이를 겨냥한 ‘짝퉁 소주’도 덩달아 부상 중이다. 한국 소주를 상징하는 녹색병에 한국인들도 착각할 정도로 꼭 닮은 우리말 라벨을 부착한 것이 특징. 하지만 국내 생산은 커녕 성분 조차 소주라 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현재까지 국내 소주 수출에 별 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지만 향후 우리 소주에 대한 불신이나 편견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류업계의 위기감은 심상치 않다.1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동남아 시장을 필두로 이른바 ‘짝퉁 소주’의 난립은 심상찮은 분위기다. 심지어 글로벌 주류를 취급하는 대형 유통사에서 이들 ‘짝퉁 소주’를 취급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실제 태국, 캄보디아에서 판매되는 ‘건배’는 우리의 녹색 소주병과 꼭 닮은 360ml의 녹색 병에 한글로 ‘건배’라는 라벨이 부착된 것이 특징. 제품 라인도 알코올 15%의 소주제품인 ‘건배 프레시’부터 알코올 12%의 과일향 ‘복숭아’, ‘그레이프프루트’, ‘젤리’, ‘요거트’ 등으로 다양하다.언뜻 보면 우리 소주인 것만 같지만 이들 제품은 한국과 전혀 무관하다. 태국의 주류회사 ‘Thai spirits’에서 현지 생산해 ‘버드와이저’, ‘호가든’ 등을 유통하는 ‘Royal Gateway’가 태국과 캄보디아, 미얀마에 유통, 판매하고 있다.번듯한 기업이 ‘짝퉁 소주’를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태국의 에너지 드링크 대기업 ‘카라바오(Carabao)’의 자회사 ‘Tawandang 1999’는 ‘태양’이라는 제품을 생산, 유통하고 있다. 이 제품 역시 360ml의 녹색병에 우리말 ‘태양’이 한글로 인쇄된 것이 특징. 알코올 13%의 ‘딸기’, ‘요거트’, ‘레몬’, ‘자몽’ 등의 과일맛까지 모두 한글로 표기돼 있다.이 외에도 ‘선물’이나 ‘니르바나 하이’ 등 태국에서 유통되는 우리말 소주도 쉽게 찾아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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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는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을 배낀 ‘참좋은’이라는 소주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녹색병은 물론 글자체까지 국내 ‘참이슬’을 고스란히 본뜬 디자인이 특징. 이 제품 역시 한국과는 무관하게 인도네시아의 기업 ‘PT JOBUBU JARUM MINAHASA’가 현지서 생산, 유통하고 있다. 이 외에도 ‘배’, ‘바람’, ‘대박’ 등의 제품도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버젓 유통되고 있다.미얀마에서는 ‘자연’이라는 우리말 소주가 판매되는 중이다. ‘WAANEIZA WORLDWIDE TRADING CO., LTD.’가 현지에서 생산하는 이 제품도 360ml 녹색병에 담겨졌다.이들이 소주 아닌 소주에 우리말 상표를 부착하는 배경에는 동남아를 휩쓸고 있는 우리 소주의 인기가 자리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동남아시장 소주 수출 규모는 2019년 1733만달러에서 지난해 2688만달러까지 2년 만에 55% 넘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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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및 K-POP 인기로 소주 인기가 높아지면서 현지 주류사가 저마다 한글 라벨이 붙은 ‘Made in Korea’를 표방하기 시작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인 여행객 사이에서 이들 소주 제품을 국내산으로 오인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심지어 이들은 오리지널 소주 제품보다 크게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가장 큰 문제는 이들의 판매가 동남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외 다른 국가까지 수출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인조차 혼동되는 이들 제품에 대한 인식이 해외 소비자라면 두말 할 것 없다. 이는 장기적으로 오리지널 한국 소주의 세계화에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소주 업계 관계자는 “주질에 대한 퀄리티가 보장되지 않는 제품들로 인한 부정적인 인식이 모든 소주제품에까지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며 “라벨 디자인을 무분별하게 카피하는 제품들로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