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공사채 발행 유찰·회사채 발행 연기당국, 추가 정책 시사·대형 증권사 출자 중소형 지원 요청단기 안정 도움…장기적 시장 안정화 효과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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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레고랜드 사태 수습을 위해 50조원 이상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했지만 우량 공사채 발행이 유찰되는 등 얼어붙은 채권시장 내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시장 불안감이 여전하자 당국은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을 시사했지만 장기적인 시장 안정화에 대한 효과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앞서 발표한 자금시장 경색을 풀기 위한 50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일환으로 지난 24일부터 채권시장안정펀드를 가동해 회사채 매입에 들어갔다.

    정부가 '50조원+알파' 유동성 공급을 발표하자 국고채 금리는 다소 진정세를 보였지만 지난 25일 단기 자금시장의 바로미터인 91일물 CP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8bp 오른 연 4.45%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국의 진화에도 회사채 시장 내 불안감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실제 우량 공사채에 속하는 AAA등급 한국전력공사가 채권 발행에 나섰으나 일부 유찰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2년물, 3년물을 각각 600억원씩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3년물 수요가 부족해 2년물 800억원, 3년물 400억원을 발행했다.

    일부 기업은 채권 발행 시기를 늦추고 있다. 흥국생명은 이번주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을 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을 내달로 미룬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조치에도 시장 경색 현상이 지속되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 정책을 시사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서울 63켄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회 금융의 날 기념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채권안정펀드 총량은 20조원으로 이야기했는데 부족하면 더 늘릴 수도 있다"며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 등 대외 변수가 너무 많아 유연하게 탄력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시장 안정을 위한 업계 자구책으로서 국내 대형 증권사 9개사에 1조원 규모의 중소형 증권사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전용 펀드를 조성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 대책과 관련 시장에선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은 많지 않다.

    현재 채권시장 경색의 근본적 원인인 고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 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이번 조치가 장기적인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금 경색은 시중금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유동성 축소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정책 당국의 대응이 향후 기조상 상충하는 문제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정부 대책이 단기적으로 봤을 때 시장 안정을 시키는 데 도움이 되긴 하나 현재 시장에서 금리가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없어지지 않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나야 과도하게 위축된 투자심리가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