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보험중개로 해석…"GA로 등록해야"수익모델 막히자 DB 판매로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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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인 인슈어테크 업체인 보맵이 대형 보험대리점(GA) 에즈금융서비스로부터 최근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자금난을 겪는 와중에 급한 불은 끈 셈인데, 일각에선 투자를 받은 보맵이 GA에 종속돼 보험DB 공급처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맵은 지난 24일 에즈금융서비스로부터 5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에즈금융서비스는 2012년 영업을 시작해 급격하게 몸집을 불려온 대형 GA다. 6월 말 기준 설계사 수 2024명으로 전체 GA 중 24위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매출은 1530억원, 영업이익 29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 SGI서울보증 출신 류준우 대표가 설립한 보맵은 스크래핑 기술을 활용해, 가입자의 보험 정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며 각광을 받았다. 

    이후 앱 가입자에게 보장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련 보험 상품을 추천해 실제 계약이 체결될 경우 보험사로부터 수수료를 챙기는 수익모델을 구축했다. 

    문제는 작년 말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보맵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단순 광고가 아닌 '중개'로 해석하면서 발생했다. 보험과 같은 금융상품을 중개하려면 중개업자로 등록해야 하는데, 마이데이터 사업자인 보맵은 보험업법상 금융상품중개업자, 즉 GA로 등록이 불가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보맵파트너'라는 자회사GA를 통해 정규직 보험설계사를 채용하며 직접 보험 판매에도 나섰으나, 결과적으로 무위에 그쳤다. 모회사 보맵의 자금난으로 인해 어렵사리 채용한 설계사들을 전원 해고하고 대면 영업 자체를 무기한 중단했다. 작년 하반기엔 직원도 절반가량 줄였다.

    벼랑 끝에 내몰린 보맵이 고려한 것은 보험DB 판매다. 보험DB는 보험가입 니즈가 있는 잠재고객 정보를 의미하는데,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설계사들은 대부분 이러한 보험DB를 돈을 주고 구매한다. 가격은 품질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고객과의 미팅 일정이 확정된 고품질 DB의 경우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실제로 보맵은 지난달 대형GA인 피플라이프에 보험DB를 제공한 바 있다. 다만, 보맵 측은 피플라이프에 보험DB를 제공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돈을 받고 판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수익모델 찾기에 혈안인 보맵 입장에선 이미 확보한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보험DB를 생산해 판매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다만, 고객 정보를 돈을 받고 판매한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토스가 보험DB 판매로 곤욕을 치른 것이 대표적이다. 토스는 GA 자회사인 토스인슈어런스와 '토스보험파트너' 앱을 사용하는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보험DB를 건당 6만 9000원에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토스가 판매한 DB의 경우 제3자 정보제공 동의 절차를 거쳤다는 점에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사회적 통념상 내 개인정보를 돈을 받고 팔았다는 사실에 대해 반감을 갖는 이용자들이 적지 않았다.

    GA업계 관계자는 "보맵과 에즈금융서비스가 언급한 '핀테크와 전통 GA의 상생 모델'도 결국 보맵 플랫폼을 활용한 보험DB 제공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토스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