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갇혀 추진력 잃은 미래 투자에 아쉬움 드러내반도체 분야 대규모 투자 및 M&A 성사 가능성 높아져美-中 반도체 패권전쟁에 이 회장 역할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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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 취임으로 그동안 추진력을 잃었던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미래 준비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취임사를 갈음한 소회를 통해 지난 몇 년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현실을 지적하면서 미래 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27일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결정짓고 이 회장은 별다른 취임식이나 취임사 없이 곧바로 회장으로 경영 일정에 돌입한다.다만 지난 25일 이 회장이 고(故) 이건희 회장 2주기를 맞아 사장단 간담회에서 언급한 소회를 사내 게시판에 공유해 임직원들에게 전했다. 여기서 이 회장은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 몇 년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상황을 "안타깝다"고 표현하며 어렵고 힘든 상황이지만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미래 비전을 제시해 주목된다.이 회장은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이어 "돌이켜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지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할 때"라고 강조했다.이 회장 말대로 지난 몇 년간은 삼성이 사법리스크에 빠져 글로벌 경쟁사들처럼 투자나 미래 준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다.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이 회장이 8년 넘게 재판 일정에 참석해야 했고 해외출장이나 현장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미래 준비를 위해 선행해야 하는 대규모 투자를 두고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없었던 탓에 리더십 부재 리스크를 계속 떠안고 왔던 셈이다.그런 사이 특히 삼성전자가 속한 글로벌 ICT업계는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왔다. 글로벌 경쟁사들은 과감한 투자와 유망 기술 기업 M&A로 빠르게 변하는 ICT 시장에서 미래 방향성을 일찌감치 모색하고 나선데 비해 삼성은 이 회장이 경영일선에 있었던 시절 인수했던 전장기업 '하만(Harman)' 이후엔 이렇다할 M&A도 추진하지 못하고 경쟁사들의 동향만 예의주시 할 뿐이었다.삼성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에서 미래 먹거리로 점 찍은 '파운드리' 같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과감한 투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 이 시장 독보적 1위인 대만 TSMC가 대규모 투자와 선행 기술 확보에 자금을 대거 투입하면서 세를 확장하고 있는데도 삼성이 적극적으로 나서 이를 저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파운드리 같이 진입장벽이 높고 천문학적인 규모의 선행 투자가 필수인 산업에선 리더의 과감한 투자 결정 없이는 좀처럼 사업에 진척이 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지난 2019년 삼성이 선언한 '2030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 목표도 사실상 무색했던 상황이 이어졌다. 재계에선 당시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해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을 실어주는게 절실하다고 재차 강조하고 나서기도 했다.다행히 지난 8월 15일 이 부회장의 복권이 결정되며 '뉴삼성'이 재가동을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복권과 동시에 해외 출장길에 올라 그동안 챙기지 못한 해외 거래선과 정부 관계자들을 차례로 만났고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2030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현장 경영에도 시동을 걸었다. 특히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이른바 MZ세대 젊은 직원들을 직접 만나 소통에 나서면서 그동안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달라진 사내 분위기와 임직원 근무 환경 등을 꼼꼼히 점검했다.이번에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미래 대비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착착 이행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얼마 전에는 반도체업계 빅딜로 떠올랐던 반도체 설계기업 'ARM' 인수 추진 건을 두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회동하기도 했다. 실제로 해당 인수건이 추진되진 않았지만 이 같은 규모의 빅딜에 이제는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나서 성사까지 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한국 반도체 상황을 해결하는데도 이 회장이 핵심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미국에선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칩(Chip)4' 동맹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압박을 하고 있고 중국에선 자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기업들과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데 '민간 외교관'으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반도체 외교에 나선다면 삼성전자와 한국 반도체업계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잘 이끌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