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기저효과에 경기둔화 확대… 올 4분기부터 증가폭 축소""외국인력 수급효과 +15.1만명 vs 인구구조 변화 -16.9만명""소비 증가로 대면서비스업 회복 vs 경기둔화로 제조업 둔화"秋 "내년 상반기 더 어려워"… 보릿고개에 고용시장 냉각까지
  • ▲ 구직자들.ⓒ연합뉴스
    ▲ 구직자들.ⓒ연합뉴스
    경기침체 우려 확산으로 내년 상반기 보릿고개가 예상되는 가운데 고용시장마저 급격히 냉각될 거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 규모가 8만명대로 올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할 거라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일 내놓은 KDI 현안분석 '최근 취업자 수 증가세에 대한 평가와 전망'에서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이 8만4000명이 될 거로 분석했다. 올해 증가폭 전망치(79만1000명)의 10.6%에 불과한 수준으로 쪼그라들 거로 예측했다.

    KDI는 앞선 5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취업자 수 증가폭을 올해 60만명, 내년 12만명으로 예상했었다. 이번 보고서는 올해 전망치는 높인 반면 내년 전망치는 내렸다.

    KDI는 당장 올 4분기부터 일자리 시장에 냉기류가 형성될 거로 봤다. 올 들어 9월까지 평균 취업자 수 증가폭이 89만명인 상황에서 올해 전망치를 79만1000명으로 내려잡았기 때문이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내년 경기둔화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판단했다"며 "올해도 4분기부턴 1∼3분기보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KDI는 최근 노동시장에 대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주요국 통화긴축, 중국 경기부진 등으로 인한 경기회복세 약화에도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면서 "과거 경제위기와 비교해도 최근의 고용 회복세는 이례적으로 강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KDI는 산업별 고용률 변화에서 답을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디지털 경제 전환이 가속하며 배달업, 과학·기술 서비스업 등 관련 분야의 노동수요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방역·돌봄 인력에 대한 수요 증가도 고용 증가세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 ▲ 고용률 및 인구구조 변화에 기인한 취업자 수 증감 전망.ⓒKDI
    ▲ 고용률 및 인구구조 변화에 기인한 취업자 수 증감 전망.ⓒKDI
    KDI는 내년에는 인구구조 변화와 올해 기저효과가 겹치면서 취업자 수 증가폭을 끌어내릴 것으로 분석했다.

    먼저 인구구조 변화는 내년 취업자 수를 1만8000명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은 인구가 늘면서 취업자 수도 덩달아 증가하는 흐름이 이어져 왔는데, 내년엔 감소 요인으로 전환할 거로 봤다. 코로나19로 차질을 빚었던 외국인력 수급 문제가 개선되며 취업자를 15만1000명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핵심노동인구(30~59세) 비중이 급격히 줄면서 인구구성 변화의 고용에 대한 기여도는 올해 마이너스(–) 8만6000명에서 내년 –16만9000명으로 감소폭이 확대될 거로 추산됐다. KDI는 "핵심노동인구 비중은 지난 2012년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전환됐다"며 "미래 핵심노동인구인 청년층(15~29세) 비중도 감소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올해 고용이 호조를 보였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내년 취업자 증가폭을 낮추는 하방요인으로 꼽혔다. 업종별로는 대면업종을 중심으로 민간소비가 늘면서 대면서비스업의 고용 회복세가 가속하지만,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제조업과 비대면 서비스업은 고용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KDI는 인구 요인이 통제된 취업자 수 증감을 나타내는 고용률 변화 기여도의 경우 내년 10만2000명으로 전망됨에 따라 코로나19 이전(2017~2019년) 평균(7만2000명)과 비교했을 때 고용여건 자체는 나쁘지 않은 흐름을 유지할 거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KDI는 "인구구조 변화는 앞으로 취업자 수 둔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으므로 우리 경제의 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해 노동력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노동생산성 향상은 물론 인력양성 체계 구축, 여성·젊은 고령층·외국인 등 인력풀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출산율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경기둔화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에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이 악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엄중한 상황도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내년 상반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상한 각오로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추 부총리는 "현재의 경제 상황은 한 치의 실수나 실패도 용납되지 않는 '진검승부'의 시기"라며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취약 부분을 관계기관과의 공조 아래 꼼꼼하게 점검해 실기하지 않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적기에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