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하락·자잿값 인상에 규제완화 늦어져 동력 시들거래절벽 심화로 미분양 부담↑…조합들 신중론 대두'리모델링 vs 재건축' 민민갈등…정부 가이드라인 필요
-
지속적인 금리인상과 이로인한 거래절벽, 미분양 등의 여파로 정비사업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특히 정부의 마스터플랜 수립 계획 발표 이후 급물살을 탔던 경기 일산, 분당, 평촌 등 1기신도시 재건축 사업도 속도 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이에더해 재건축과 리모델링 등 사업방식과 선도지구 지정 여부 등을 두고 주민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도 사업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꼽힌다.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한파가 지속되면서 정비사업을 추진중인 조합, 추진위원회들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거래가 끊기고 집값이 연일 하락하는 상황에서 자잿값 인상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 등 악재까지 겹치자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이 대두된 것이다.실제로 한국부동산원 통계결과 1기신도시 중 일산이 위치한 고양시의 집값 하락폭은 10월 셋째주 -0.25%에서 11월 첫째 주 -0.46%, 11월 둘째 주 -0.61%로 3주 연속 커졌다.같은 기간 평촌이 있는 안양의 집값도 -0.42%에서 -0.81%, 성남 분당은 -0.23%에서 -0.53%로 하락폭이 확대됐다.미분양·미계약 물량도 늘고 있다.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11월 수도권에서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아파트 미계약 물량은 7363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배 늘었다.일산의 한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시장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조합원 간이나 시공사와의 갈등 없이 공사가 진행되기만 해도 다행인 상황"이라며 "사업에 일단 착수하더라도 섣불리 분양했다가 미분양이 나오면 조합원 부담만 가중되고 집값은 떨어질 수 있어 시장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일산동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나 안전진단 같은 규제완화 조치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사업이 동력을 잃은 것"이라며 "새 정부가 규제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올해 상반기만 해도 빠른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현재는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고 말했다.'일산 재건축 1호'로 기대를 모았던 백송마을풍림삼호(5단지)가 재건축 첫 관문인 예비안전진단(현지조사)에서 탈락한 것도 정비사업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양시는 해당 단지가 주차공간 부족 등으로 살기 불편한 것은 맞지만 구조적인 결함이 없어 재건축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1992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지상 15층, 12개동, 786가구 규모로 초기에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재건축으로 선회했다. 지난 8월에는 김동연 경기지사가 단지를 직접 방문하면서 빠른 재건축 추진을 약속했지만, 결국 고배를 마시면서 주민들이 적잖이 실망하는 분위기다.사업방식을 둘러싼 민·민 갈등도 신도시 재정비를 막는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의 규제완화와 1기신도시 특별법 추진이 늦어지면서 리모델링이냐 재건축이냐를 두고 주민 간 의견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원래 1기신도시는 상대적으로 높은 용적률 탓에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1기신도시의 평균 용적률은 일산 169%, 분당 184%,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다.업계에서는 단지의 용적률이 200%를 넘으면 기부채납과 임대주택 조성, 재초환 부담 등이 가중되고 일반분양 물량을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것으로 본다.이로 인해 상당수 단지가 리모델링을 추진했다가 새 정부 출범 이후 규제완화 바람이 불면서 일부 단지가 재건축으로 사업을 선회했다. 하지만 규제완화 조치가 예상보다 지체되면서 주민 간 갈등만 고조되는 분위기다.일산의 한 정비사업 추진위 관계자는 “정부가 재건축 규제완화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시행 시점 등을 서둘러 구체화해야 민·민 갈등이 해소되고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