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삼성·유진證도 매수 금지조치 검토 중"몰랐다가 손실" 투자자 피해 원천 차단한단 취지일각선 "항의성 민원 피하려 투자 막는다" 비판도
  • 미국 과세당국이 PTP(Publicly Traded Partnership) 종목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10% 세금을 원천 징수하기로 한 가운데 일부 국내 증권사들이 내일(1일)부터 관련 종목 매수를 금지키로 했다. 제도 변화 사실을 모른 채 투자하면서 생길 피해를 원천 차단한다는 취지다. 세금 폭탄 날벼락에 고민하던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도만 가능하게 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자유로운 투자 행위를 증권사가 인위적으로 막아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내달부터 미국에 상장된 PTP 지정 종목의 매수를 중단한다. 

    신한증권은 최근 "시세 차익 여부와 상관 없이 매도 대금에 대해 과세하므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세금이 부과된다"며 "PTP 종목의 세금 납부, 보고 절차의 복잡성 등 문제로 추후 해당 종목의 매매 및 타사 입출고 등이 제한될 수 있으니 유의해달라"고 공지했다.

    이 회사는 최근 해당 종목을 보유한 고객들에 대해 일일이 유선 연락으로 해당 내용을 공지하고 있다. 

    이같은 조치를 앞둔 이유는 내년부터 미국 정부가 비거주인들을 대상으로 원자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세금을 부과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규정에 따라 200여 원유·가스·인프라 분야 ETF를 외국인이 팔 경우 매도액의 10%를 원천징수한다. 

    양도 차익이 아니라 매도 금액이 기준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이 크게 늘었다. 특히나 과세 대상 종목엔 국내 투자자들이 적극 매수해온 '프로셰어스 울트라 블룸버그 내추럴 가스'(티커 BOIL), '프로셰어즈 울트라 VIX 숏텀 퓨처스'(UVXY), '프로셰어즈 울트라숏 블룸버그 내츄럴 가스'(KOLD), '프로셰어스 울트라 블룸버그 크루드오일'(SCO) 등 종목이 다수 포함돼 있다.

    매수 금지 조치는 타 증권사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증권과 키움증권, 유진투자증권 등도 PTP 종목 매수 금지를 검토 중이다.

    매수를 제한하기로 결정했거나 이를 검토 중인 증권사들은 이번 조치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대형사 한 관계자는 "대부분 하루종일 주식창만 바라보며 대응할 수 있는 환경에 있지 않은데다가 해당 종목들은 미국증시에 상장돼 있어 대응이 더 쉽지 않다"면서 "고객의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고객의 손실을 초래할 이유가 없다. 핵심은 고객 보호 차원"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지만 혹시라도 매수를 중단할 경우 혹시라도 매수를 원하는 투자자들은 타사로 이동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면서 "다만 정확하게 공지하고 고객들이 자유롭게 선택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은 이같은 증권사들의 조치에 당혹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세금 부담을 감안하더라도 투자하려던 이들의 자율적 판단과 상관 없이 인위적으로 매수를 막는 조치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한 투자자는 "당장 며칠을 앞두고 매수를 금지해도 되는 건가 싶다. 10% 손해를 보더라도 살 수 있게 해주는 게 맞는 것 아닌가"라면서 "매수 시 팝업 공지 등을 통해 충분히 동의를 받고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명분으로 투자자 보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추후 항의성 민원 부담에 대비한 선제적인 조치"라면서 "언뜻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대응으로 보이지만 증권사들이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하면서 투자 자유를 막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국거래소가 투기성 상품에 대한 투자자 보호를 위해 국내 ETF 시장에선 3배짜리 레버리지 ETF 상품 출시를 금지하거나 2배짜리 레버리지 ETF 상품 투자 문턱을 높인 바가 있다"면서도 "그런 식으로 제도권 차원에서 정리가 되면 또 모르겠지만 개별 증권사가 나서서는데 대한 조심스러움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