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파업 가세… 출근길 정상 vs 퇴근길 86% 수준 운행내달 2일 코레일노조 파업 예고… 장기화시 출퇴근 대란 우려화물연대 파업 7일째… 휘발유 재고 8일분·주유소 21곳 품절오늘 국토부-화물연대 2차 면담… '강대강' 대치에 절충점 '글쎄'
  • ▲ 서울지하철 파업.ⓒ연합뉴스
    ▲ 서울지하철 파업.ⓒ연합뉴스
    노동계 동투(冬鬪·겨울철 투쟁) 확대로 물류·교통 마비가 현실화하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파업)는 30일 이레째를 맞아 2차 대화가 예정됐으나 '강 대 강' 대치로 난항이 예상된다.

    ◇물류난 이어 출퇴근길 교통난 우려

    화물연대 파업으로 산업현장의 물류난이 확산하는 가운데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파업은 1∼8호선 기준으로 지난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전날 사측이 제시한 구조조정 유보와 인력 충원 방안을 두고 실무협상을 벌였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오후 10시쯤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2·3단계 구간(신논현∼중앙보훈병원역)을 운영한다. 이번 파업은 1∼8호선에서만 진행한다. 양대 노조인 서울교통공사노조와 통합노조 소속 조합원은 1만3000여 명이다. 전체 직원의 80%쯤을 차지한다. 그나마 도시철도(지하철)는 필수공익사업장이어서 운전인력과 열차 유지보수인력이 필수유지업무로 분류된다. 노조 측은 이들 필수인력을 빼고 평일 9700여명, 휴일 1만400여명이 파업에 동참할 거로 예상했다.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는 퇴직자와 비조합원 등 대체인력을 투입해 운행 차질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승객이 가장 몰리는 출근 시간대(오전 7∼9시)는 평소처럼 정상 운행한다는 게 시의 목표다. 다만 낮 시간대 운행률은 평시의 72.7%, 퇴근 시간대(오후 6∼8시)는 85.7%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는 대체 수송을 위해 출퇴근 시간대 시내버스 집중배차 시간을 30∼60분 연장하고 인파가 몰리는 주요 역사에는 전세버스를 배치하기로 했다.

    다행히 첫날 출근길은 큰 혼란 없이 지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오전 7시 현재 1호선은 상행선(소요산 방면)이 8분, 하행선(천안·인천 방면)이 5분쯤 지연 운행됐을 뿐 나머지 2∼8호선은 정상 운행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체 인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낮과 퇴근 시간대는 시민 불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설상가상 다음 달 2일로 예고된 전국철도노조 파업이 현실화하면 운행 차질은 더욱 심해질 거로 예상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운영 열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호선 80%, 3호선 25%, 4호선 30% 수준이다.
  • ▲ 휘발유가 품절된 한 주유소 ⓒ연합뉴스
    ▲ 휘발유가 품절된 한 주유소 ⓒ연합뉴스
    ◇국토부·화물연대 2차 면담 '난항' 예상

    화물연대 파업이 이어지면서 건설업뿐 아니라 정유업계에도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0일 현재 화물연대 파업으로 석유류 수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 주유소가 전국에 총 21곳(서울 17·경기 3·인천 1)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휘발유 품절 주유소가 19곳, 경유는 2곳으로, 모두 저장용량 대비 판매량이 많은 수도권 주유소였다.

    산업부는 29일 현재 전국 주유소의 재고가 휘발유 8일분, 경유 10일분쯤이라고 파악한다. 산업부는 정유공장·저유소 등 주요 거점별 입·출하 현황을 살피는 한편 수송차질이 우려되는 경우 화물연대 미가입 차량 등을 활용해 비상수송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다. 또한 품절 주유소 현황을 이날부터 매일 오후 4시께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오피넷)에 공개하고, 네이버·티맵 등 민간 지도서비스에 표시되지 않도록 조처한다.

    한편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교통부와 2차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 이후 화물연대가 삭발 투쟁에 나서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절충점을 찾기가 녹록잖을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와 민주노총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노동자 계엄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2차 면담에서 국토부에 업무개시명령 철회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화물연대는 앞선 28일 1차 면담에서 국토부에 업무개시명령 발동 유예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연대는 또한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적용 품목 확대를 위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면담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의 견해가 당정협의를 거쳐 법안에 반영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국토부는 파업을 즉시 철회하고 국회에서 이해관계자가 모여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태도다. 쟁점인 안전운임제와 관련해선 안전 개선 효과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일몰제 3년 연장을 통해 실효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일각에선 화물연대의 파업이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으로 국민의힘 경제통으로 불렸던 윤희숙 전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화물연대 운송거부는 민주노총 릴레이 파업의 일부로 '노란봉투법' 같은 법들을 통과시켜 한국 경제를 불법파업 천국으로 만들려는 정치투쟁"이라며 "이미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이 결정된 상황에서 운송거부를 강행할 이유가 없다. 외양은 경제투쟁이지만, 본질은 정치투쟁이어서 이번 운송거부에 대해 국민이 우호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28일 총파업 시작 후 첫 교섭을 하기 위해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를 방문,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28일 총파업 시작 후 첫 교섭을 하기 위해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를 방문,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