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생산 30개월만 최대폭 감소… 실물경제 코로나19 직후로 회귀冬鬪 확산 '악재' 급부상… 무늬만 파업, 민주노총 정쟁도구 전락 지적시행착오 尹정부 '강공모드'… "업무개시명령 확대·유가보조금 제외"
  • ▲ 운행 멈춘 화물차.ⓒ연합뉴스
    ▲ 운행 멈춘 화물차.ⓒ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경기침체 초입에서 악전고투하는 가운데 노동계 동투(冬鬪·겨울철 투쟁)가 경기 살리기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이번 동투를 주도하면서 일부 강성 귀족노조 집행부가 파업을 정치 투쟁화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6월 한차례 시행착오를 거친 정부는 불법적인 파업에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안전운임제 완전 폐지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민주노총도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서 '강 대 강' 대치가 치킨게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韓경제, '침체 혹한기' 진입하나

    최근 경제동향은 우리 경제가 경기침체의 혹한기로 진입하는 신호음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30일 통계청이 내놓은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농림어업을 제외한 전산업생산(계절조정) 지수는 전달보다 1.5%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했던 2020년 4월(-1.8%)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산업생산이 4개월 연속으로 감소한 것도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1∼5월 이후 처음이다.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복합위기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에 먹구름이 낀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다. 지난달 수출은 5.7% 줄어 2020년 10월(-3.9%) 이후 2년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관세청이 밝힌 이달 20일까지 수출 실적은 1년 전보다 16.7% 감소했다. 2개월 연속 감소할 공산이 커졌다. 특히 수출효자 품목인 반도체가 혹한기에 접어들면서 올 3분기 반도체 생산은 전분기보다 11.0% 줄었다. 감소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가장 컸다. 반면 재고는 쌓이고 있다. 3분기 반도체 재고는 17.4% 급증했다.

    설상가상 내수도 어둡다. 소비는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3%(속보치·전분기 대비) 성장하는 데 이바지했다. 하지만 10월 소매판매액은 전달보다 0.2% 감소했다. 8월 반등 이후 2개월 연속 줄었다. 앞으로 소비 감소세가 이어질 경우 경제 불확실성을 부채질할 전망이다.
  • ▲ 30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긴급 임시 중앙집행위원회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노총 중앙위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 30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긴급 임시 중앙집행위원회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노총 중앙위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강성 귀족노조 주도… 선량한 근로자 피해"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노동계 동투 확산은 실물경제를 더 빠르게 냉각시키고 있다. 정부가 지난 29일 사상 초유의 화물운송업계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배경에는 물류난이 자칫 심각한 위기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을 의결하며 "시멘트, 철강 등 물류가 중단돼 전국의 건설과 생산 현장이 멈췄다. 우리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이번 파업이 대표적인 강성노조인 민주노총 집행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견해다. 일부 귀족노조의 정치 쟁점화를 위해 국민과 힘없는 노동자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실은 불법 파업에는 단호히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30일 브리핑에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는 보장하지만, 불법은 안 된다"며 "국민 안전을 볼모로 하거나 조직화하지 않은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파업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의중을 재확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8일 용산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국민경제를 볼모로 한 노조의 불법과 폭력은 우리 경제를 망가뜨리고 경제 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진다"면서 "결국 피해를 보는 이들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시달리는 저임금 노동자"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공개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도 "전투적인 노조 문화가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라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사태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은 노사관계에서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28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이번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는) 어려운 국가 경제를 외면한, 극소수 강성 귀족노조 수뇌부가 주도하는 이기적인 집단행위"라며 "국민 경제가 휘청거리고 선량한 근로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반복되는 악습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으로 국민의힘 경제통으로 불렸던 윤희숙 전 의원도 29일 페이스북 글에서 "화물연대 운송거부는 민주노총 릴레이 파업의 일부로 '노란봉투법' 같은 법들을 통과시켜 한국 경제를 불법파업 천국으로 만들려는 정치투쟁"이라며 "이미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이 결정된 상황에서 운송거부를 강행할 이유가 없다. 외양은 경제투쟁이지만, 본질은 정치투쟁이어서 이번 운송거부에 대해 국민이 우호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 ▲ 지난 29일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정부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 지난 29일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정부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달라진 尹정부… "안전운임제 폐지 검토" 압박

    정부는 이번엔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때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원칙없이 화물연대 요구를 들어준 것이라고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당시 정부 대응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적 야합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정부가 집단시위를 벌인 이해집단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라며 "현재의 안전운임제가 문제가 있어 일몰하기로 했으면 그렇게 해야지 반도체, 자동차, 소주 출하까지 못 하게 힘을 과시한 이해집단에 끌려다니면 노동개혁은 물 건너간다"고 지적했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헌법 위에 '뗏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시장경제 원칙을 지키지 않고 밥그릇 챙기기 위한 실력행사에 (정부가) 요구를 다 들어주면 법과 원칙이 세워지겠느냐"고 아쉬워했었다.

    이언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화물연대는 노조가 아니므로 최소운임을 정해놓고 이걸 보장해주지 않으면 일하지 않겠다는 것은 엄밀히 말해 개인사업자들의 가격담합이고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파업을 가장한 담합과 지대 추구행위에 추상같이 정의의 길을 보여줬어야 한다"고 했다.

    한차례 시행착오를 거친 정부는 달라진 모습이 역력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날 있었던 국토부와 화물연대 간 2차 면담을 설명하며 화물차 안전운임제 완전 폐지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원 장관은 "안전운임제는 일몰 여부뿐 아니라 제대로 된 제도인지에 대해 문제 제기와 검토가 있다"며 "(폐지 등) 다각도로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가격은 시장 작동의 핵심 요소"라며 "일방이 입맛대로 고정하고 마음에 안 들면 중지시키는 식의 시장구조는 사회주의 나라에서도 안 한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한 발 더 나가 화물차 유가연동보조금까지 제외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유가연동보조금제는 경유가격이 기준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초과분의 50%를 지원하는 제도다. 원 장관은 "화물 운송에 정당하게 기여한 것을 전제로 보조금을 주는 것인데, 자기 이익을 위해 운송을 거부한다면 보조금을 줘야 할 근거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화물연대가 국가 경제에 대한 자신들의 기여 의무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상응하는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정유분야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확대 발령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원 장관은 "애초 정유분야도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검토했으나 며칠 더 지켜보자고 유보해놓은 것"이라며 "다음번 국무회의에서 (심의)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파업 여파로 석유류 수송이 지연돼 기름이 동난 주유소가 전국에 총 23곳(서울 15·경기 3·인천 2·충남 3곳)으로 집계됐다. 산업부는 29일 현재 전국 주유소의 재고가 휘발유는 8일분, 경유는 10일분쯤인 것으로 파악한다.
  • ▲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교통부 관계자들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관계자들이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교통부 관계자들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관계자들이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국토부-화물연대 2차 면담… 40분 만에 결렬

    민주노총도 강경한 모습이다. 민주노총은 30일 긴급 임시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응해 다음 달 6일 동시다발적인 총파업을 벌인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다음 달 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국민안전 파업 지지 시민사회 문화제'를 열고 3일 서울·부산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어 총파업을 위한 응집력을 모은다는 구상이다.

    민주노총은 업무개시명령을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고 노동3권을 무력화하는 반헌법적 폭거'로 규정한다.

    한편 30일 정부세종청사에 이뤄진 국토부와 화물연대 측 2차 면담은 대화를 나눈 지 40여분 만에 결렬됐다. 국토부는 구헌상 물류정책관, 화물연대에선 김태영 수석부위원장 등이 참석했으나, 기존 입장만 반복한 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원 장관은 이날 서울 모 시멘트 운송업체에 대한 현장조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운송거부를 계속 끌고 가기 위해 시간을 끄는 식의 명분 벌기용 형식적 만남은 의미 없다"고 말했다.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은 당분간 쉽지 않을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