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개시명령에도 피해 속출… 품절 주유소 33곳, 주유대란 '성큼'국가경제·국민 볼모 지적… "무늬만 경제투쟁, 본질은 정치투쟁"안전운임제 이슈로 영향력 확대 노림수… 고소득 품목도 포함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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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파업)가 8일째 이어지며 물류난 해결의 체감속도가 더딘 상황이다.이런 가운데 이번 파업이 사실상 정치투쟁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정부·여당이 이미 안전운임제 일몰을 3년 연장키로 했기 때문에 일몰 폐지를 주장할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를 발판 삼아 세력을 불리고 정치적 입김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건설·제조·정유업 피해 가시화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파업 7일째인 지난달 30일 오후 5시 현재 전국 12개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1만5490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로 평소의 42%까지 회복했다. 국토부는 부산항을 중심으로 물동량이 회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다만 지역별로 편차는 크다.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의 전날 하루 반출입량은 554TEU로, 파업 전인 23일 4402TEU의 12.6%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지난달 29일 395TEU보다는 소폭 늘었지만, 여전히 10%대에 머물렀다. 현재 의왕ICD 내 가용 차량은 24대로 전체(605대)의 4% 수준에 불과하다. 철도 수송은 4대가 예정돼 있어 평시 평일(14대)의 30.8%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면서 물류가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이지만, 체감속도는 더딘 실정이다. 국토부는 지난 30일 운송개시명령을 받은 운송업체 15개사 중 8개사가 업무에 복귀했다고 했다. 나머지 7개사는 확인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이런 와중에 운송 차질은 정유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로는 1일 현재 석유류 공급이 끊겨 기름이 바닥난 주유소는 전국에 총 33곳(서울 15·경기 11·인천 1·충남 4·강원 1·전북 1곳)이다. 하루 새 10곳이 늘었다. 전국 주유소의 재고는 애초 휘발유는 6일분, 경유는 8일분쯤인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수도권의 경우 이보다 빨리 동나 실질적인 재고는 2~3일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르면 2일 정부가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유조차(탱크로리) 운송기사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추가로 발동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금지했던 자가용 탱크로리 유조차의 유상운송을 지난 30일 임시 허가한 상태다.제조업 피해도 현실화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1일부터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하루 평균 8만∼9만 본을 생산하는 광주와 곡성 공장이 이날부터 20∼30% 감산에 들어간다. 철강업계도 현대제철 당진공장, 포항 현대제철, 세아제강, 동국제강 등에서 제품 출하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건설현장은 곳곳에서 셧다운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30일 현재 레미콘 생산량은 평소의 7.3% 수준인 4만1000㎥로 62개 건설사의 전국 1143개 현장 중 674곳(59%)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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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노림수에 국가·국민 볼모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복합위기에 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화물연대가 국가 경제와 국민을 볼모로 파업을 계속하면서 그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파업의 배경에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있다고 주장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으로 국민의힘 경제통으로 불렸던 윤희숙 전 의원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 글에서 "화물연대 운송거부는 민주노총 릴레이 파업의 일부로 '노란봉투법' 같은 법들을 통과시켜 한국 경제를 불법파업 천국으로 만들려는 정치투쟁"이라며 "이미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이 결정된 상황에서 운송거부를 강행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양은 경제투쟁이지만, 본질은 정치투쟁"이라고 꼬집었다.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를 통해 몸집 불리기에 성공하자 이에 자신감을 얻어 정치세력화하려 한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 8월 현재 전국의 영업용 화물차 등록 대수는 44만8000대다. 국토부는 화물연대 조합원 수를 2만2000명쯤으로 추산한다. 화물연대는 2만5000명이라고 주장한다. 집계가 정확하지 않은 이유는 화물연대가 조합원 현황 공개를 꺼리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요 업체별로 자체 파악하는 조합원 현황까지 참고해 인원수를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 주장을 따르더라도 조합원 수는 전체 화물차 운전자의 5.6% 수준이다. 6%도 안 되는 화물연대가 대한민국 물류를 좌지우지하는 셈이다.그러나 몇 년 전만 해도 화물연대 조합원 수는 이보다 훨씬 적었다. 국토부 집계로는 파업 8일째인 1일 화물연대 조합원 6750여명이 전국 17개 지역에서 집회에 참여하거나 대기 중이다. 이는 국토부 추산 전체 조합원(2만2000명)의 31%쯤에 해당한다. 지난 2016년 총파업 첫날 참여자 3900여명(전체 조합원 1만4000여명의 27.9%)과 비교하면 2850명 많다. 파업 참여율은 3.1%포인트(p)밖에 차이 나지 않는 데 참가 규모는 1.7배 늘었다. 세를 과시하기 위해 파업 첫날 참여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합원 수가 많이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국토부는 조합원 수 증가에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한 안전운임제가 한몫했다고 판단한다. 가격담합이라는 지적에도 안전운임제가 화물차업계의 최저임금으로 작용하면서 조합원이 대거 유입됐다는 것이다. 화물연대로선 세를 키우는 게 중요한 것이 비조합원의 참여가 저조할수록 파업의 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부 화물연대 조합원이 파업에 불참한 비조합원 운전자에게 새총을 쏘아 위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확대 적용을 요구하는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의 경우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보험 적용을 위해 파악한 대상자 규모가 5만2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모두 조합원이 될 경우 화물연대의 정치적 입김은 더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화물연대가 이들 품목을 콕 집은 이유로 대규모 조합원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조직화가 쉽고 국민 경제에 영향력이 큰 물품들이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그러나 반대로 이런 이유로 화물연대 요구가 정치투쟁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동안 안전운임제를 적용받다가 법원 판결로 지난 6월부터 대상에서 빠진 컨테이너 환적화물에 대해선 품목 확대를 요구하지 않는 게 대표적이다. 업계 일각에선 컨테이너 환적화물의 경우 상대적으로 종사자 소득수준이 낮아 안전운임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사료·곡물 품목도 말이 나오는 대목이다. 노동부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기준 보수액 및 평균임금 산정을 위한 소득수준 실태조사' 연구용역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운반(카캐리어) 화물기사의 월평균 순소득은 528만원, 곡물 운반 화물기사는 525만원이었다. 일반 임금 근로자보다 월평균 200만원쯤 높은 수준이다.이에 대해 화물연대는 하루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과로 등으로 인한 대형사고 위험 때문에 안전운임제 적용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하지만 국토부는 생각이 다르다.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노동시간에는 화물기사의 휴식·대기 시간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어떻게 12시간 이상 운행만 할 수 있느냐"며 "항구에서 공장, 공장에서 농가로 운행하는 패턴상 휴식 시간 등이 포함되며 법적으로도 일정 시간 운행 후 휴식을 취하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한편 화물연대는 지난달 28일 국토부와의 1차 면담에서 원희룡 장관이 직접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원 장관은 지난 30일 2차 면담 종료 뒤 기자들과 만나 추가 면담에 대해 "이런 식의 대화는 안 하는 게 낫다"며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편법, 불법 요령만 (조합원에게) 가르치면서 무슨 대화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걸핏하면 산업을 세우는 단체라고 한다면 해체하고 새로운 산업구조를 세우는 게 맞다"며 "자영업자도 노동자도 아닌데 유리한 대로 물류 고리를 차단하는데 근본적으로 공급 구조 자체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