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기관투자자 수요 초점 벗어나 개인투자자 타깃숏폼·AI 활용한 영상 콘텐츠…구어체 리포트도 눈길맞춤형 투자정보 서비스 형태로 제공해 정보접근성↑
  •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MZ세대 투자자를 공략한 콘텐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간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에 초점을 맞춰왔던 리서치센터는 '숏폼(Short Form)' 형태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영상콘텐츠는 물론 기존 문법을 깬 이색리포트 등 외형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 젊은 층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시도를 해 눈길을 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한국투자증권은 가상인간을 활용한 리서치 보고서 콘텐츠 '쇼미더 리포트'를 출시했다. 가상인간 한지아가 리서치 보고서를 3~4분 길이의 영상으로 짧게 요약해 설명해준다. 

    기존의 읽고 듣는 보고서 형태에서 벗어나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방식으로 투자자에게 더 쉽게 시장 전망과 투자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개발됐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 5월 삼성증권도 국내 최초로 가상 애널리스트를 개발, 이를 활용한 유튜브 콘텐츠를 공개했다. 실제 현업에서 활약 중인 인기 애널리스트의 모습과 음성 등을 AI 기술로 학습시켜 텍스트만 입력하면 실제 애널리스트가 방송을 진행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투자정보를 전달해준다. 

    그간 문서 형태로만 존재하던 리포트가 가상 기술과 접목된 콘텐츠로 재탄생하는 것은 물론 최신 영상 트렌드인 '숏폼'의 형태로 구현되고 있다. 짧은 분량의 영상 콘텐츠인 숏폼은 콘텐츠 소비가 단시간에 이뤄지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소비·확산되는 마케팅 트렌드다.

    현대차증권은 지난달부터 '현포트'라는 이름의 숏폼 리서치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공식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매주 1회씩, 리서치센터에서 제공하는 텍스트 중심의 리포트를 시각화해 제작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애널리스트가 출연한 리서치 숏폼 콘텐츠 '이베스트클립'을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있다. KB증권은 기존 리포트 영상 콘텐츠인 '미국주식 플렉스'를 '미국주식 1분컷'이라는 숏폼 형태 콘텐츠로도 제작 중이다.

    문서 형태의 리포트들도 내용 면에서 기존 문법을 깬 이색적인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독특한 제목은 물론 기관투자자보단 일반 투자자 눈높이에 맞춰 설명된 보고서 내용까지 기존과는 차별화됐다. 

    법인 영업을 하지 않고 개인투자자 브로커리지 사업에 중점을 둔 토스증권은 리포트 역시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작성돼 있다. 투자자는 '독자'로 지칭되고, 딱딱한 문어체 대신 구어체, 산업용 전문용어보다 개인투자자가 이해하기 쉬운 수준으로 자료가 쓰였다. 젊은 투자자를 기반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리포트 형식도 이들 눈높이에 맞췄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환승경제2'라는 제목의 내년 연간전망 리서치를 발간했다. 이는 인기리 방영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환승연애2'를 패러디한 발간물로, 표지에도 이를 연상하는 '당신의 X는 당신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는 메시지를 살렸다.

    기관 투자자만의 전유물이었던 맞춤형 투자정보 서비스 형태로 리서치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개인투자자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온라인 우수고객 대상 맞춤형 투자정보 서비스인 '리서치톡'을 제공 중이다. 관심 애널리스트, 관심종목·섹터 등을 등록해두면 리포트, 공시·실적발표 등 정보 발생 시 알람을 제공한다. 특히 관심 종목에 이슈가 발생했을 때 해당 종목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코멘트를 즉시 받아볼 수 있다. KB증권도 텔레그램과 웹 기반 맞춤형 챗봇 '리봇'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투자자들이 상시적으로 맞춤형 리서치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증권사 리서치의 기존 틀을 벗어나기 위한 시도는 MZ세대 투자자를 집중 겨냥하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강력한 중장기 고객층으로 급부상한 젊은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방안으로서 리서치 역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과거 '묻지마' 투자가 개인 투자자들의 대명사였다면 젊은 투자자들을 비롯해 최근 투자자들은 스스로 공부하고 빠르게 습득하는 '스마트 개미'"라면서 "자칫 잘못된 투자 경험으로 영영 주식시장을 떠날 수 있는데, 그러면 증권사들도 손해다. 단순히 트렌디한 형태로 젊은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에 그치기보단 이들에게 적합한, 제대로 된 투자 정보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데 방점을 두려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