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활성 이용자수 1억 8000만명 압도‘OSMU’ 활용 IP확보 총력 투자·현지화표절·불법복제 등 문제 선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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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웹툰이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하는 2차 창작물의 흥행으로 K-웹툰의 위상을 입증시켰다. 디즈니·마블·DC와 같은 IP 왕국을 구축, '네이버웹툰 유니버스'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급속도로 성장한 산업 이면에는 작가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표절과 불법복제 등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공존한다. 

    12일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3월 기준 네이버웹툰·웹소설 글로벌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억 80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네이버웹툰이 인수한 북미 왓패드와 일본 이북재팬 등 네이버웹툰이 인수한 플랫폼 이용자까지 모두 합친 숫자로, 80% 이상이 해외이용자다.

    네이버웹툰 플랫폼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정착한 데는 현지 생태계 조성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마추어 승격 시스템과 공모전을 각 문화권에 적용하고 현지 창작자를 발굴해 육성했다. 전 세계 네이버웹툰·웹소설 창작자 수는 600만명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도전만화’라는 이름으로 도입한 승격 시스템은 북미에서 2014년 11월 ‘캔버스’로 도입했다. 2022년 4월 기준 글로벌 주요 플랫폼의 정식 연재 작가 중 평균 50% 이상이 캔버스를 통해 데뷔했다. 2022년 한 해에만 하비상 등 주요 시상식 세 곳을 석권한 작품 ‘로어 올림푸스’의 레이첼 스마이스 작가도 캔버스 출신이다.

    창작자 육성을 위해 채택한 PPS(Page Profit Share) 시스템은 창작 생태계를 바꿔놨다. 원고료 외 플랫폼에 콘텐츠를 게시하면서 얻은 광고·유료결제 수익을 직접 작가에 공유한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가 직접 밝힌 PPS 프로그램의 전체 규모는 2021년 8월 직전 1년간 1조 700억원에 달한다. 작가별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50% 정도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미래융합포럼이 발표한 ‘웹툰 창작자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국내 웹툰 작가들의 88.3%는 작품 계약 시 플랫폼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웹툰 창작자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6.3%가 “네이버웹툰의 수익체계가 투명하다”고 평가했다. 네이버웹툰이 콘텐츠 제작사(CP) 위주의 산업을 수익배분 방식 개선으로 창작자 위주로 변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서는 네이버웹툰의 영어권 웹툰 작가 수익에 대해 다루기도 했다. 작가 수익이 2019년 대비 75% 증가했고, 2020년 이후 약 2700만달러가 웹툰 작가의 수익으로 환원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웹툰 수요가 Z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히어로물만 아닌 장르의 다양성에도 기여한다고 보도했다.

    네이버웹툰이 웹툰 산업의 현지화를 도모하는 이유는 콘텐츠 시장 특성상 존재하는 문화적 차이를 현지 창작자 육성을 통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판타지·학원·로맨스 등 획일화된 장르에서 벗어난 형식의 작품을 수혈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무엇보다 IP를 확보해 ‘원 소스 멀티 유즈(이하 OSMU)’ 형태로 활용하려는 전략이다.

    네이버웹툰은 외부 IP를 웹툰이나 웹소설 콘텐츠로 제작하는 ‘슈퍼 캐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DC코믹스와 하이브 등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IP와 협업을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형태다.

    타사와 협업을 통해 IP와 팬덤을 확장하면서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슈퍼스트링’ 프로젝트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자사 인기 IP간 협업과 세계관 확장을 통해 ‘마블 유니버스’와 같은 브랜드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영상화를 통한 웹툰 재조명 선순환보다 강력한 가치사슬을 만드는 방식으로, 네이버웹툰 플랫폼 안에서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는 ‘유니버스’ 구조다.

    그러나 글로벌 IP 확보와 현지화에 걸림돌은 남아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표절과 불법복제 이슈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웹툰 작가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숙제로 남아있다.

    웹툰 산업의 내부적인 문제로 표절은 가장 치명적인 이슈다. 표절 논란에 휩싸인 작품들은 연재를 중단하거나 연재하더라도 독자의 외면을 받기 때문이다. 해결방안은 작가 교육이나 독자 참여 ‘작품 모니터링단’ 운영 등 간접적인 방식에 그치는 것도 문제다.

    외부적인 문제로 불법유통 문제는 네이버에서도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부분이다. 2017년부터 도입한 불법유통 AI 감시기술 ‘툰레이더’를 도입해 연간 3000억원의 저작권 보호 효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불법유통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합법시장의 10배가 넘는 약 6조 6000억원 규모로, 완전한 근절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웹툰 작가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한해에 수백억을 벌어들이는 이른바 스타작가들의 이면에 있는 웹툰 산업의 실태를 드러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웹툰작가 7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웹툰 작가는 하루 평균 10.5시간, 일주일 평균 5.9일을 창작활동에 쓰고 있다. 작가들은 늘어난 작업량과 인기 경쟁, 마감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육체적 건강 악화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네이버웹툰은 창작자의 건강과 컨디션 관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휴재권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작가와 작가 가족의 건강검진도 2년 단위로 제공한다. 하지만 웹툰 산업 특성상 유급 휴재권을 제공하기 어려울뿐더러, 조회 수가 중요하기 때문에 휴재는 플랫폼이 보장하더라도 작가의 선택이 제한된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웹툰이 산업 생태계를 창작자 위주로, 2차 창작물을 통해 글로벌로 바꿔놓은 것은 사실”이라며 “작가들의 노동환경 문제, 불법유통과 표절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