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1호 준공식 "미래시장 선점" 밝혀현대-삼성-대우 등 SMR기술개발-시장확대 '드라이브'주택침체에 먹거리 확보 사활…원전 르네상스 '활짝'
  • ▲ 혁신형 SMR 국회 포럼 발표자료. ⓒ한국수력원자력
    ▲ 혁신형 SMR 국회 포럼 발표자료. ⓒ한국수력원자력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에 총 4000억원을 투자해 미래 원전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것입니다. 에너지 안보 강호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 원전을 적극 활용하겠습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전 부지에서 열린 신한울 1호기 준공 기념행사 축사에서 "정부는 원전 산업을 우리 수출을 이끌어 가는 버팀목으로 만들고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원전 강국으로 위상을 다시금 펼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SMR은 전기출력 규모 300㎿e 이하인 소형모듈 원자로를 의미한다. 소형원자로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작업을 모듈화하기 때문에 표준화하기 쉽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기존 대형 상용원전보다 총량은 떨어지지만, 안전성이 높고 운영비 등이 적게 드는 것이 장점이다. 또 방사성 폐기물 생성에도 높은 효율성을 보이는 데다 탄소 배출량이 적어 '차세대 원전'으로 꼽힌다.

    국내 대형건설사들도 차세대 원자력 발전사업으로 꼽히는 SMR 시장으로 줄줄이 뛰어들고 있다. 기존 친환경에너지 분야인 태양광, 풍력 등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친환경 가운데 SMR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대두하면서 초기 단계인 SM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현대건설은 10월 SMR 제휴기업인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과 SMR-160의 상용화를 위한 상세설계 작업에 나섰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해 홀텍과 SMR 공동개발과 사업 동반 진출에 대한 협약을 맺은 뒤 약 1년 만에 사업을 구체화한 것이다. 양사는 협약을 통해 △상업화 모델 공동 개발 △마케팅-입찰 공동 참여 △국제사업 공동 참여 등 SMR-160 공동개발과 사업화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정한 바 있다.

    이들의 개발 모델 SMR-160은 160㎿급 경수로형 SMR로, 사막·극지 등 지역적·환경적 제한 없이 배치가 가능한 범용 원자로다. 후쿠시마 사태, 테러 등과 같은 모든 잠재적 가상 위험 모의시험을 거쳐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미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의 '차세대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 모델로 선정되는 등 안정성·상업성에 대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캐나다 원자력위원회(CNSC)의 원자로 설계 예비 인허가 1단계를 통과했으며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USNRC)의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현대건설측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지역을 포함한 세계 15개국을 대상으로 공동 진출을 검토하는 등 SMR-160 모델을 국제 원전사업의 대표 모델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도 미래 원자력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SMR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2024년까지 사업자를 최종 선정할 예정인 체코 원전사업에 팀 코리아의 시공 주간사로 선정돼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 프랑스가 3파전으로 경쟁 중인 체코 원전사업은 두코바니 지역에 1200㎿ 이하급 가압 경수로 원전 1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사업비가 8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대우건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등으로 구성된 '팀 코리아'가 수주에 참여했다.

    2024년까지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고, 2029년 건설에 착수해 2036년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수주전에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전력공사(EDF)도 입찰서를 제출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최근 한 기자간담회에서 "객관적인 세상의 평가 때문에 보면 한국이 상당히 우위를 가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시장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감한 투자도 진행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소규모 전력 생산과 해수 담수화를 목적으로 하는 소형원자로 개발에 착수해 2012년 SMART100(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100) 모델을 통해 SMR 가운데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취득했다.

    대우건설은 이 표준설계인가 획득사업에서 한국전력공사가 주관사인 KEPCO 컨소시엄에 참여해 SMR 분야에 대한 투자에 나섰다. 이와 함께 한수원을 주관으로 하는 'SMART Team Korea 협의체'를 통해 국내 기술력을 통한 해외 SMR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물산도 세계 1위 SMR 기업인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포괄적 협력을 맺고 해외 SMR 사업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SMR 시장 진출을 위해 뉴스케일파워에 2021년 2000만달러에 이어 올해도 5000만달러 규모의 지분투자를 추가로 단행했다. 5월에는 해외 SMR 시장 확대를 위해 미국 발전사업자 UAMPS가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진행하는 SMR 프로젝트의 사전 시공계획 수립부터 기술인력 파견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국내외 총 10기에 이르는 원전 시공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루마니아 정부와 뉴스케일파워가 공동 추진 중인 프로젝트를 비롯해 동유럽 SMR 프로젝트에도 전략적 파트너로서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향후 SMR을 통한 전력 생산뿐 아니라 고온 증기를 활용한 수소 생산 연구와 실용화를 위해 기술과 역량도 공유할 예정이다.

    뉴스케일파워는 SMR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1기당 77㎿의 원자로 모듈을 최대 12개까지 설치해 총 924㎿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자연냉각 방식 SMR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뉴스케일파워의 SMR은 미국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이다. 전 세계 70여개 SMR 모델 가운데 유일하게 USNRC의 설계인증을 취득했다.

    DL이앤씨의 경우 캐나다 테레스트리얼 에너지와 SMR 개발, EPC 사업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테레스트리얼은 차세대 SMR로 평가되는 IMSR(일체형 용융염 원자로)을 주력 모델로 개발하는 업체로, 2031년 IMSR 상업 운전 돌입을 목표로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SMR을 미래 신성장 사업 중 하나로 육성하고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방침이다.

    DL이앤씨 측은 "차세대 원전기술의 선두주자인 테레스트리얼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북미를 포함한 글로벌 SMR 시장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며 "나아가 수소, 암모니아 밸류체인과 연계해 탈탄소 에너지원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건설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을 선점해 기업의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한 것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의 발언처럼 향후 원전 산업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주택시장 침체와 원자재 가격 급등 역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고금리로 인해 집값 경착륙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수요자들이 신규 청약까지 꺼지는 바람에 분양사업 불투명성이 확대됐고, 고물가로 인해 자체사업이나 규모가 큰 정비사업을 수행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수준의 이익을 내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윤 정부가 정책적으로 원전 수출과 SMR 투자를 지원하고 있는 만큼 향후 국내 원전 산업은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바야흐로 원전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국립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집중하고 있는 글로벌 SMR 시장의 규모가 2035년 최소 390조원에서 최대 63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