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전기·가스료 인상 대기…인상폭·속도 내주 발표"吳 "서울지하철 年1兆 적자…무임수송 지원없으면 요금인상"政 "상하수도·쓰레기봉투·시내버스 인상 불가피땐 시기 분산"
  • ▲ 전기 계량기.ⓒ뉴데일리DB
    ▲ 전기 계량기.ⓒ뉴데일리DB
    내년 상반기까지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세밑을 앞두고 공공요금이 들썩이고 있어 물가 불안에 대한 서민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정부가 전기·가스요금의 상당한 인상을 기정사실로 한 가운데 서울지하철 요금마저 인상 수순을 밟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21일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올해(5.1%)보다 오름세가 꺾인 3.5%로 예상했다. 글로벌 원자잿값 하락과 수요 둔화를 전망 이유로 들었다. 기획재정부는 국제유가의 경우 미국 에너지정보청 자료를 토대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올해 배럴당 95달러에서 내년 86달러로 내릴 거로 봤다.

    다만 공공요금 상방압력 확대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따른 원자잿값 변동 가능성 등 위험요인이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은행은 20일 내놓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내년)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축소되고 국내외 경기 하방압력이 커지면서 오름세가 점차 둔화하겠지만, (속도는 더뎌) 당분간 5% 내외 상승률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내년 저성장에 고용한파로 체감경기가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공요금발(發) 물가 불안이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내년 우리 경제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6% 성장할 거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달 한은이 전망한 1.7%,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예상한 1.8%보다도 낮다. 고용 전망은 더 안 좋다. 정부는 내년 취업자 증가 폭을 10만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올해 증가 폭(80만명)의 12.5%에 불과하다. 고용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을 거라는 분석이다.

    이런 전망 속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1일 SBS뉴스에 출연해 물가 관련 질문을 받고 "에너지 가격이 워낙 많이 올랐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적자가 쌓여 재무구조 개선도 해야 한다"며 "내년에 상당폭의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금 인상의 구체적인 폭과 시기는 다음 주 중 발표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방기선 기재부 1차관도 연합뉴스TV에 나와 "공기업 누적 적자가 2026년까지 해소될 수 있게 점진적인 요금 인상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내년 전기·가스요금) 인상 폭과 인상 속도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연말 이전에 발표하겠다"고 했다. 기재부가 요금 인상을 기정사실로 한 것이다.

    11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0% 상승했다. 전기료와 도시가스료는 각각 18.6%와 36.2% 올랐다. 10월부터 전기료·도시가스료가 인상됐기 때문이다. 수도료까지 포함하면 23.1%가 올라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전은 연료비 인상 등을 반영해 올 4분기 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2.5원 인상했다. 기존에 발표한 올해 기준연료비(전력량 요금) 잔여 인상분(4.9원)까지 더하면 한꺼번에 7.4원이 올랐다. 4인 가구 기준 월 2270원이 오른 셈이다. 주택·일반용 도시가스 요금도 10월부터 메가줄(MJ)당 2.7원 올랐다.
  • ▲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연합뉴스
    ▲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연합뉴스
    설상가상 서울시는 서민의 발인 지하철요금 인상과 관련해 군불을 때고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9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하철 적자 폭이 너무 커졌다"면서 "정부가 도와주지 않는 것으로 정리된다면 요금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오 시장은 "서울교통공사 적자 규모가 연 1조원쯤인데 그중 무임수송에서 생기는 적자가 상당하다"면서 "올해도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다면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 더는 매년 (1조원의) 적자를 감내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교통약자 무임승차 제도가 1984년 당시 정부 방침에 따라 도입된 만큼 정부가 손실비용을 보전해야 한다는 게 서울시 논리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하철 기본운임은 2015년 1050원에서 1250원으로 19% 오른 후 8년째 동결 상태다. 인구 고령화로 무임수송 인원이 늘면서 1인당 운임손실은 2019년 494원에서 지난해 1015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운송 수입도 줄어 서울교통공사의 당기 순손실 규모는 2019년 5865억원에서 지난해 9644억원으로 1.6배 증가했다. 지난해 적자에서 무임수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29%(2784억원)다.

    서울시는 재정당국에 PSO(공익서비스) 예산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근거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PSO 지원 예산에 지방자치단체의 도시철도 손실 보전분을 추가로 반영해 총 7564억원을 의결했다. 하지만 여야가 대립하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어 본회의 통과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내년 경기침체 우려에 고물가,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 고용시장 불안까지 겹칠 것으로 보여 서민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추 부총리는 21일 TV조선 '뉴스9'에 출연해 "(내년)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성장이 전망돼 현실경제 체감은 더 어렵게 느끼지 않을까 한다"면서 "어려운 상황이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와 같은 상태로 번지지 않게 위기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공공요금과 관련해 인상 압력이 높은 상·하수도료, 쓰레기봉툿값, 시내버스료 등의 인상요인을 최소화하고, 인상이 불가피한 경우 인상 시기를 분산해 국민 부담을 줄인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