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중동붐' 통해 국가적 위기 타개政 '해외건설 수주지원단' 꾸려 지원사격자원재생-친환경 등 신사업으로 활로 모색
  • ▲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221024 ⓒ연합뉴스
    ▲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221024 ⓒ연합뉴스
    올해도 건설경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건설업체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대형사를 중심으로 해외 실적이 오른 점과 최근 리사이클 및 친환경 발전 등 신사업 투자 확대와 결실이 이어져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업계는 업황 침체 전망을 상쇄하기 위해 최근 해외시장과 신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와 중동은 물론 북미, 유럽, 아프리카 등에서 고르게 실적을 쌓아온 건설업계는 올해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의 스마트시티 건설사업 '네옴시티' 등 고유가를 등에 업은 중동발 초대형 사업이 잇달아 발주할 것으로 판단, 채비에 나섰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전통적으로 해외사업에 강했던 건설사들은 물론, 롯데건설과 대우건설 등 국내 주택사업에 집중해 온 기업들도 올해 해외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작년 해외 실적 상위권에 자리매김한데다 최근에는 관련 부서를 신설, 강화하면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2010년대 글로벌 수주 2위로 거듭날 수 있었던 제2 중동 붐에 이어 '네옴시티' 등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제3의 중동 붐'을 노리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재정 균형 유가가 90달러 이하인 카타르, 리비아, UAE, 오만, 쿠웨이트, 사우디 등의 대규모 인프라 발주가 기대되는 만큼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의 해외건설은 1970년대 오일쇼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국가경제가 위기때마다 긍정적으로 이바지했다"며 "내년에도 해외건설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도 보고서 '해외건설산업 동향'을 통해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중동 수주 회복에 힘입어 350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입은행측은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중동 수주 회복에 힘입어 작년보다 증가한 350억달러로 전망한다"며 "올해에는 국내 건설경기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수주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건설업체들의 적극적인 해외수주 활동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천연가스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중동투자가 늘어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며 "네옴시티 프로젝트 발주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중동 수주가 완연한 회복기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에서도 최근 해외수주 연 500억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중앙부처 대부분이 참석하는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을 출범시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단장을 맡은 지원단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기획재정부, 외교부 등 정부 부처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 해외건설협회 등 관계기관, 민간기업들이 참여한다.

    지원단은 해외건설 수주 연 500억달러와 세계 건설시장 점유율 4위 국가를 목표로 잡아 민관 역량을 하나로 모으고 수주정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지원단이 핵심 프로젝트를 선정하면 지난해 11월 사우디 수주를 위해 팀을 짠 것처럼 프로젝트별로 '원팀 코리아'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건설을 비롯해 5G통신, 드론·로봇 스마트물류, 신재생에너지 등을 포함하는 패키지 수주가 가능한 프로젝트를 적극 발굴하기로 했다.

    원희룡 장관은 "이제 새로운 단계의 수주전략을 짜야 한다"며 "건설뿐만 아니라 방산, 플랜트, 원전, 디지털, 관광, 문화까지 이어지는 국력의 총체적 진출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원 재생 및 친환경 발전 등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은 미래먹거리로 꼽히는 UAM 사업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건설사들은 UAM 상용화에 필수인 버티포트(기체 이착륙장) 설계와 시공 등 사업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UAM은 도심을 오가는 항공교통이다. 하늘과 땅을 잇는 교통수단이자 미래 모빌리티로 평가된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배달용 드론, 수직이착륙 비행체처럼 도심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수단인 만큼 주요 미래 먹기리중 하나로 꼽힌다.

    GS건설의 경우 신사업부문을 미래전략부문으로 확대 강화하면서 힘을 더하고 있다. 신사업부문을 이끌어온 오너 4세 허윤홍 사장은 '미래전략대표'라는 새 보직을 맡게 됐다. 수처리, 모듈러주택 사업 등 허 사장이 이끈 신사업부문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이미 구체적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아이에스동서는 전기차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지난달 경기 화성시에 연 7000t 규모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부지를 매입한데 이어 지난달 중부권 거점지역에 폐배터리 재활용사업 확대를 위한 대규모 부지를 확보했다.

    이밖에 ▲HL디앤아이한라(친환경·수소) ▲코오롱글로벌(상하수도 수처리·풍력발전) ▲태영건설(수처리·폐기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2년여간 신사업 투자를 대폭 늘렸고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관련 부서 역량을 강화하기도 했다.

    한편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지표로 보는 건설시장과 이슈'를 보면 올해 건설투자는 작년보다 0.4% 줄어든 256조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SOC 예산은 10% 이상 감소한 25조원으로, 3년내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공공투자 부진이 지속된다.

    주택시장 역시 전반적인 침체로 수도권 아파트 기준 매매가와 전셋값 모두 4% 안팎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건설경기 부진 원인이 급증한 공사비라면 올해에는 불안정한 자금시장이 건설투자에 제약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자금시장 경색으로 시장 위험이 심화됐고 수요의 급격한 위축에 더해 미분양과 공급여건마저 악화하면서 주택시장 경착륙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한국은행은 2023년에도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여 주택가격 하락세는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박선구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기업의 위기가 본격화될 우려가 상당하다"면서 "비용상승에 따라 적자기업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며 높은 수준의 금리는 이를 가속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주택경기까지 얼어붙어 미분양이 크게 증가할 경우 한계기업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며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해 종합건설업 부도가 증가할 경우 전문건설업 연쇄 도산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