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어린이집·유치원 비용만 교육비 공제 대상베이비시터 안 쓸 수도 없고… 쓰자니 시간당 1.5만원 '부담'국세청 "지출 증빙 어렵고 제도권 밖 돌봄비용이어서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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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면서 베이비시터를 쓰면 손에 남는 게 없어요. 직장이 자아실현만을 위해서 다니는 것은 아니잖아요."

    행정고시에 합격해 정부부처에서 일하는 한 여성 사무관의 솔직한 심경이다.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하고 고시에 당당히 합격해 중앙부처에 발을 들였지만, 한 달 내내 야근해가며 받는 월급은 베이비시터 비용으로 3분의 2가 빠져나간다. 나머지는 출퇴근 교통비와 식비, 개인용돈 등을 제하고 나면 손에 남는 게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며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권유한다. 하지만 과거보다 일하는 여성이 많아지는 사회 분위기와 높은 집값, 물가 등을 고려할 때 남편 혼자 외벌이하며 아이를 키우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출산율은 0.81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했다. 단 한 명의 자녀도 출산하지 않는 여성이 많다는 말이다. 

    최근 논란 속에 사의를 표명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출산 시 대출금 탕감' 정책도, 타당성 여부를 떠나 그만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 하에 나온 고육지책(?)으로 보는 시각도 없잖다.
  • 일각에선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실생활에서 잘 체감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연말정산 시즌이 돌아오면서 아이돌봄 비용에 대한 공제 혜택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는 연말정산 과정에서 아이돌봄 비용에 대한 공제를 해주지 않는다. 국민에게 자녀를 많이 낳으라며 아이돌보미 확대, 초등 돌봄 확대 등의 대책을 쏟아내지만, 정작 베이비시터를 이용하는 근로자에 대한 혜택은 없는 실정이다.

    연말정산에는 부양가족에 대한 공제를 해주는 인적공제, 주거비 관련 공제, 의료비와 교육비, 신용카드 사용액, 기부금, 자녀세액공제 등 다양한 공제항목이 있지만, 돌봄비용은 쏙 빠져있다. 

    자녀와 관련된 공제 항목은 인적공제와 교육비 공제, 자녀세액공제가 전부다. 의료비 중 난임시술에 대한 공제가 있는데, 아이를 많이 낳으라며 정부가 도입한 것으로 의료비 세액공제율(15%)보다 많은 30%의 혜택을 준다. 

    교육비 공제는 미취학 아동에 대한 학원비와 어린이집 비용, 유치원비, 취학아동에 대해선 학교급식비, 현장체험학습비, 방과 후 수업 수강료 등을 15% 세액공제해준다. 대학생은 대학등록금을 공제받을 수 있다. 

    어린이집은 영유아 보육시설로 지출 비용은 엄밀히 따지자면 돌봄비용으로 볼 수 있다. 근로자 입장에선 개인적으로 고용해 지출하는 베이비시터 비용이나 어린이집에 드는 비용이나 같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유아교육법 또는 영유아보육법에 따른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대해서만 연말정산 때 공제를 해주고 있다. 

    베이비시터 비용의 경우 개인적으로 고용해 현금으로 지급했다면 증빙이 어려운데다, 중개업체를 통해 고용했다고 하더라도 베이비시터가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았다면 영수증 발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용카드로 결제했을 때는 신용카드 공제 등을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중개업체를 이용하지 않고선 신용카드 결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해 베이비시터의 돌봄비용에 대해서도 연말정산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맞벌이를 하는 여성근로자 A씨는 "정부에서 아이를 낳으라고 여러 대책을 쏟아내면서 정작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돌봄비용에 대해선 외면하고 있다"면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베이비시터를 쓰려면 시간당 1만2000~1만5000원은 줘야 한다. 최저시급을 받는 이모님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가 둘인 저 같은 경우는 한 달에만 월 200만원이 넘게 나간다"면서 "집에선 나쁜엄마가 되고, 회사에선 아이 때문에 회사일에 집중 못한다고 한다. 그런데 월급은 남는 것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어린이집 등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은 아이돌봄 비용은 연말정산이 어렵다는 견해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에 간혹 6세 이하 돌봄비용에 대해 문의가 들어오긴 하지만, 제도권 안에 없으면 관리가 되지 않는다. 베이비시터 등 돌보미들의 소득을 파악하고 관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돌봄비용 연말정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돌봄비용 지출이 제도권으로 들어온다면 국세청도 법개정을 건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