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3명, 3.75% 3명… 2월 기준금리 '안갯속'

더 올리느냐, 마느냐. 한국은행의 최종 금리 수준이 안갯속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기준금리 최종 수준을 두고 금융통화위원들의 의견이 각각 3명씩 3.50%와 3.75%로 나뉘었다고 밝혔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3.25%에서 3.50%로 0.25%p 인상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금통위원 3명은 최종금리 수준을 3.5%로 보고 그 수준에서 당분간 영향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면서 "나머지 세 분은 상황에 따라 최종금리가 3.75%가 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번 금통위에서 당분간(3~4개월) 기준금리의 정점을 최종금리 수준으로 정의한다"고 했다. 

그는 "금통위원들의 견해는 현재 예상되는 물가와 성장 흐름, 금융 및 외환시장 상황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그 수준을 지키겠다는 정책 약속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1~2월 물가가 5%대이고 그런 의미에서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다만 1~2월이 지나 물가가 5% 아래로 떨어지면 예전에 비해 물가와 경기 금융 안정 이러한 것들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교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 가능성과 시점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는 기존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기본적으로 물가가 저희가 예상하는 수준에 확실히 수렴한다, 중장기적으로 정책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기 전에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이어 "물의 상하방 리스크가 모두 존재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보면서 물가가 중장기적으로 예상 수준에 도달한다는 확신이 있으면 그때 가서 금리 인하는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용 총재는 올해 성장률이 당초 지난해 11월 제시한 전망치(1.7%)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4/4분기는 음의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번졌고 이동이 제한조치, 반도체 경기 하락, 이태원 사태 영향 등으로 4분기 경제지표가 나쁘게 나왔다"고 말했다. 

다만 올 1분기부터 경기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진단했다. 

이 총재는 "올해 1/4분기는 재정의 조기집행 기대가 있고 미국과 유럽의 성장률은 침체 국면이지만 유럽 지역의 날씨와 미국 노동시장이 생각보다 견고한 점을 볼 때 기존 성장전망이 좀 상향조정되고 있다"면서 "중국 코로나19도 1월 지나고 나면 퍼지는 속도가 줄어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크게 보면 수출 부진이나 국제 경제 둔화 등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는 좀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금리 정책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바람직 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금리 정책은 우리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부동산은 원칙적으로 미시적으로 재정정책을 통해 하고, 한은이 나서더라도 유동성 공급 등 방법으로 해야지 금리로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또한 최근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대출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적게 봤다. 이 총재는 "가계대출이나 과도한 대출 등 우려도 있지만 대규모 부동산 대출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DSR이 남아있어서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되고 경기가 좋아지면 관계당국이 모여서 관련 거시금융 정책을 어떻게 잘 만들 것인지 심각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