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건설사, 고부가 프로젝트에 사활…가격경쟁력 앞세운 후발국 견재 DL이앤씨·SK에코 튀르키예 대교…12년 운영후 현지정부에 소유권 이관 대우건설, LNG 원천기술 갖춘 사이펜과 액화플랜트 공동수주…기술공유삼성ENG, EPC입찰경쟁전 기본설계로 발주처 환심…8900억대 공사수주 '네트워크' 삼성물산VS'건설노하우' 현대건설 컨소구성…"해외선 원팀"
  • ▲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가 준공한 세계 최장 현수교인 튀르키예 '차나칼레대교'. ⓒDL이앤씨
    ▲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가 준공한 세계 최장 현수교인 튀르키예 '차나칼레대교'. ⓒDL이앤씨
    정부가 올해 해외건설 500억달러 수주 목표를 내세웠지만 예상보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있어 수주경쟁력에 빨간등이 켜졌다. 일각에선 수주전략 및 환손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국내건설업계는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고부가 프로젝트로 눈을 돌리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0일 원-달러 환율은 1227.4원에 마감하면서 시가기준 지난해 4월중순후 9개월만에 1220원대를 기록했다.

    앞서 해외건설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미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심화로 지난해 10월부터 1400원대까지 올라 이른바 '킹달러시대'가 도래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맞춰 정부는 국내주택시장 침체 및 고환율·고유가 위기를 기회로 삼아 건설업계에 해외시장 수주경쟁력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해외건설 수주지원에 나설 때마다 정부의 '500억달러 달성'을 주요키워드로 내세웠다. 

    그러나 최근 3년간 국내건설업계 해외수주액은 300억달러대로 정부 목표치인 500억달러는 2014년 660억달러이후 최대치다. 

    여기에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가 확인되고 미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섰다. 업계는 이 같은 달러 대비 원화강세 흐름이 이어지면 가격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자재나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과거보다 낮아 환율에 대한 리스크는 이전보다 좀 나아진 면이 있지만 기업들 가격경쟁이 1~2%에 오가다 보니 환율이 하락하는 것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 달러가 강세일 때 계약한 사업장 경우 환율이 하락할 때 들어오는 기성금에 대한 환 손실도 비껴갈 수 없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보통 환 리스크는 늘 염두에 두고 헷지하고 있는 만큼 환율이 급격히 오르고 내리는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면서도 "공사대금을 수금할 때 환 손실은 당연히 있고 환율 하락은 분명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에 건설사들은 고부가 프로젝트 수주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등 후발국 추격을 따돌리면서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투자·시행을 담당하는 개발(디벨로퍼)분야에서는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양사가 손잡은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준공한 차나칼레 대교는 양사가 12년간 운영해 수익을 낸 뒤 현지정부에 소유권을 이관하는 건설·운영·양도(BOT)사업이다. 국내건설사가 해외시장에서 사업발굴·금융조달·시공·운영까지 총괄한 사례다.

    원천기술을 확보해 경쟁력을 키우는 사례도 있다.

    대우건설은 2020년 나이지리아 LNG 액화플랜트사업을 이탈리아 사이펜社와 함께 수주한뒤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 중이다.

    LNG 액화플랜트는 천연가스에서 물·황화수소 등 기타성분을 제거해 LNG를 생산하는 시설로 원천기술은 서구권 일부업체만 보유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나이지리아에 구축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원천기술을 보유한 사이펜과 함께 LNG 액화플랜트사업을 시공중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EPC 입찰경쟁이 치열해지면서 FEED분야에서 대안을 찾았다. 2017년 첫 FEED수행후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7월에는 말레이시아에서 대형 가스플랜트를 수주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셸의 자회사 사라왁 셸이 발주한 8900억원 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은 FEED를 수행했는데 여기서 쌓은 신뢰로 EPC 수주까지 이어졌다.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프로젝트 초기부터 발주처와 활발한 네트워킹, 높은 프로세스 이해도를 통해 본사업인 EPC 마케팅에 우위를 점하는 것이 FEED to EPC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건설은 그룹이 계획하는 '2050 수소 700만톤 생산목표'에 발맞춰 수소플랜트 건설사업에 참여해 수행실적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호주·중동·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에서 프로젝트를 자체수행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지난해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와 블루수소 생산에 필수적인 이산화탄소 지중저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중남미·동남아 등에서 다양한 분야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제2 중동특수'를 기대하게 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신도시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에서 약 10억달러 규모 지하터널공사를 수주했다. 이 터널로 지하철·고속철도·화물운반용 철도가 지나가고 상부에 도시가 들어선다.

    삼성-현대컨소는 추가터널공사와 구조물수주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현대의 해외건설 경험을 합쳐 시너지를 키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가격경쟁력보다 기술력 등으로 경쟁하는 고부가가치 해외수주에 집중하고 있다"며 "올해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이 같은 기류는 더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