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불구 中 IT 경쟁력 급성장LCD 이미 점령, OLED도 넘봐화웨이·샤오미 폭풍 성장… 삼성폰은 철저 외면저가칩 올인… AI 반도체 진입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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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註>중국산 제품이 한국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과거에 싼 맛에 찾던 '싸구려'가 아니다. '대륙의 실수'로 웃어 넘길만한 일부의 문제도 아니다. 가전, 스마트폰 등 작은 물건에서 자동차, 선박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제품까지 중국산이 잠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관세라는 장벽을 세우기 어려운 우리나라는 중국의 자본·물량 공세에 극도로 취약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방비로 몰린 국내 산업이 살아남기 위한 길이 남아 있는지 찾아본다.중국의 전자·IT 산업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모습이다.미국의 제재가 이어지면서 스마트폰이나 디스플레이 등 첨단 IT산업의 고전이 예상됐지만 '저가'를 앞세워 끊질기게 버티고 있다.한켠에선 앞으로 내부 경쟁력까지 갖춘 중국의 반격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가장 타격을 입는 곳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이다.무서운 속도의 기술력에 헐값에 가까운 가격 경쟁력으로 한국 몫의 상당 부문을 잠식하고 있다.가장 먼저 자리를 내준 LCD(액정표시장치) 디스플레이 산업에 이어 이제는 한국이 독보적인 기술 우위를 갖고 있던 OLED 마저 물량으론 중국에 뒤쳐지기 시작했다. 가격은 물론 기술 격차도 확연히 줄어드는 현실이다.반도체 부문의 격차도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지난 24일(현지시간) 중국 시장조사업체 치노리서치(CINNO Research)는 올 1분기에 중국 스마트폰 OLED 패널 출하량 기준 점유율이 처음으로 50%를 넘겨 한국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격차를 줄이던 중국이 올들어선 역전에 성공했고 중국 디스플레이 1인자인 BOE에 더해 차이나스타(CSOT), 비전옥스(Visionox) 같은 2, 3위 기업들도 폭풍 성장하며 역전승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전체로 보면 중국이 한국을 넘어서는 것에서 더 나아가 격차를 더 크게 벌리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기준 한국기업들의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33.4%였고 중국은 47.9%를 기록했다. 한국은 점유율이 더 줄어든 반면 중국은 키우면서 한중 점유율 격차는 지난 2022년 5.6%포인트(p)에서 14.5%p로 확대됐다.중국 정부가 LCD 산업을 전폭적으로 키우면서 수년 전 한국 디스플레이업계는 LCD 산업을 중국에 상당부분 내줄 수 밖에 없었다. 지난 10년 간 중국이 LCD를 점령하면서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LCD 생산라인을 접고 OLED로 전환하는 작업을 이어오면서 실적이나 경영 상 큰 고비를 맞았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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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애플의 양강구도로 흘러가던 스마트폰 시장도 중국이 존재감을 키우면서 판이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나 미국이 강도높은 대중 규제에 나서면서 가장 먼저 치솟아 오른게 중국 브랜드 스마트폰의 판매량이다.이른바 '애국소비' 바람이 분 것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뒤흔들었다. 기존에는 미국 기업인 애플의 아이폰 선호 현상이 뚜렷했지만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심화된 이후 외국산 제품보다 국산폰을 애용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화웨이를 중심으로 아너, 오포, 비보, 샤오미 등이 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올 1분기에는 애플 점유율이 19.1%나 줄어 코로나19 이후 최악 수준을 보여주기도 했다. 중국 내 점유율 1위였던 애플의 빈 자리를 비보와 아너, 화웨이가 채우면서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 점유율 왕좌에 비보가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삼성은 중국 로컬 브랜드가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중국 시장에선 사실상 명맥만 이어오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2014년 떨어지기 시작한 점유율이 이듬해인 2015년엔 10% 아래로 떨어진데 이어 2018년부터는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명단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중국에서 스마트폰 점유율 0%대를 벗어나는게 삼성의 숙원사업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다.전자·IT 산업에서 유일하게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분야가 반도체다. 그나마도 첨단 반도체에 국한된다. 중국이 10여 년 넘게 '반도체 굴기'를 외치며 엄청난 자금과 지원을 쏟아부었음에도 한국을 따라올만한 기술력을 갖추는데는 실패했다고 보는 의견이 주류지만 범용(레거시) 반도체에선 얘기가 또 달라진다.중국은 미국이 첨단 산업에 대한 규제 칼날을 들이밀자 기술 격차가 크지 않지만 규모의 경제로 밀어붙일 수 있는 범용 반도체 시장으로 타깃을 옮겼다. 범용 반도체는 그동안 중국이 어느 정도 기술력을 갖춘 분야이기도 한데다 첨단 반도체 생산의 핵심인 미국산 장비 업그레이드 없이도 충분히 생산이 가능할 것이란 계산 아래 물 밑에서 범용 생산능력을 키우려는 작업들이 이뤄졌다.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범용 제품을 모두 장악하겠다는 목표로 저가칩 생산에 올인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29%로, 전년 동기 대비 40% 급증했다. 점유율 1위는 대만(49%)이지만 이를 중국이 넘어서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성장세는 따라잡기 힘들다. 3년 뒤인 2027년에는 중국이 범용 시장 3분의 1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문제는 범용시장 장악을 시작으로 결국은 첨단 반도체 생산을 노리는게 중국의 복심이라는 점이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가로막기 위해 고강도 수출 규제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중국도 꾸준히 이 규제를 우회해 첨단 반도체 제조를 위한 기술 연구·개발(R&D)에 몰두하고 있고 최근 반도체업계의 새로운 미래로 떠오른 AI(인공지능) 칩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대학과 연구소 등 10개 단체가 미국이나 대만 등 기업이 제조한 서버를 통해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 칩을 자체 AI 칩 개발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국내 삼성과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들이 AI 반도체에 핵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같은 고성능 제품과 고사양 메모리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AI 반도체 개발 현황을 좌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규제를 더할수록 중국 정부도 첨단 AI 반도체 개발에 물 밑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화 단계에 왔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