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실적'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지지부진LG엔솔·POSCO홀딩스 예상치 상회에도 소폭 하락코스피 시장서 외국인·기관 '팔자', 거래량 '뚝'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주요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호실적을 기록한 기업들의 주가가 좀처럼 뛰지 못하고 있다. 업황 부진에 더해 금리인하 기대감 위축·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안정한 대외 환경에 투심이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초까지 최고가 경신으로 코스피 지수를 견인했던 반도체 주가는 호실적을 기록한 이후 되레 약세를 걷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조886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이는 시장이 예측한 눈높이보다 훨씬 높은 실적을 기록한 수치다. 하지만 실적 발표 당일이었던 25일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전일 대비 5.12% 급락한 17만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앞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6조600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31.25% 폭증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6조5700억 원)을 1분기만에 넘어선 수치지만 당일(5일) 주가는 전일 종가(8만5300원) 대비 10.6% 떨어졌다.

    반도체 수출은 최근 호조세를 달리며 전체 수출뿐 아니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주가가 저조한데는 불안한 거시 환경 탓이다. 고물가가 이어지고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강경한 긴축 기조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뉴욕증시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우려가 커진 점도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열풍이 주춤한 영향이 컸다. 전일 24일(현지시간) AI 대장주 엔비디아는 전날 2% 넘게 하락했고 AMD(-0.35%), ASML(-1.03%), SMCI(-0.94%) 등도 일제히 약세를 보이며 반도체주 상승폭을 제한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는 GDP와 PCE 지표를 바탕으로 한 강한 성장 전망에 따른 인하 지연 경계감이 작용했다"며 "SK하이닉스 실적과 감산에 따른 재고비중 축소 등은 긍정적이었지만 외국인 반도체 매도세에 주가는 하락했다"며 "향후 알파벳과 MS의 실적발표가 메타에서 촉발된 AI 기업 실적 전망 우려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전자·이차전지 관련주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과 POSCO홀딩스도 시장 전망치를 각각 33.51%, 20.53% 상회한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주가는 전 거래일 기준 대비 3.25%, 0.88% 빠졌다.

    LG전자의 경우 역대 1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주가는 하락했다. 이날 LG전자의 주가는 전일 종가 기준 1.74% 빠진 9만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한달 전(3월25일) 대비 8.39% 급감한 수치다.

    증권가에선 LG전자의 주가 전망도 어둡게 보고 있다. 현재 LG전자의 주력인 가전과 TV는 구조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신사업인 전장 사업도 그렇다할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올해 주당순자산가치 기준 주가순자산비율은 0.86배로 저평가돼 있지만, ROE 하락 추세를 감안할 때 낮은 가치 평가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올레드 TV를 중심으로 하이싱글(7~9%) 수익성을 기록한 HE사업부 부진은 단기간에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국내 증시 전반을 둘러싼 대외 변수가 이들의 주가 약세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동전쟁 리스크·금리인하 기대감 위축 등 불안정한 글로벌 변수가 투자자들의 투심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달 초까지만해도 코스피는 2700선에서 등락을 반복했지만 최근 들어 2600초반에 머무른 상태다. 코스피 지수는 한달 전과 비교 시 5% 넘게 지수가 하락했다. 거래량 역시 10조 원을 웃돌았지만 전일 종가 기준 8조 원 대로 뚝 떨어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하루 만에 2845억 원을 팔아치운 가운데 최근 사흘간 매수세를 이어가던 기관도 방향을 바꿔 5071억 원을 순매도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 강세와 달리 채권과 외환시장의 이상 현상은 지속되고 있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미국, 유럽 주요국의 장기물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국내 증시의 하방 위험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