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증권사 당기순익 합계, 전년 대비 59% 급감매년 거듭 성장하던 순익 4년 만에 꺾여올해도 녹록치 않은 업황…실적 개선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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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지난해 빅5 증권사들의 합산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이상 깎인 2조원에 불과했다. 그간 기업금융(IB)과 리테일 업황 등 영업 환경에 따라 매년 거듭 성장했던 순익 규모는 4년 만에 꺾인 모습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는 지난해 2조128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5조1426억원) 대비 58.6% 급감한 수치다.

    빅5 증권사들의 당기순익 규모는 지난 201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8년 1조8451억원에서 2019년 2조5069억원, 2020년 3조451억원, 2021년 5조1426억원으로 순익은 고공행진했다.

    지난 2019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IB 실적을 바탕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던 빅5 증권사들은 코로나19 이후 예상치 못한 동학개미 열풍에 힘입어 2020년, 2021년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들어선 상황이 달라졌다. 리테일은 물론 IB, 트레이딩 등 대부분의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순익은 반토막 났다.

    갑작스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금리 인상 등 굵직한 경기 불확실성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업황 전반에 난관이 닥친 탓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전년(1조1872억원) 대비 47.7% 줄어든 6194억원으로, 지난 2019년(6637억원) 수준으로 후퇴했다. 전년까지 증권업계 최초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대를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지만 올해엔 8459억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영업익 1조클럽 달성엔 실패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은 60%대 순익 감소율을 보이며 체면을 구겼다. 한투증권은 수수료 및 운용 수익 감소로 지난해 전년(1조4474억원) 대비 60.8% 급감한 5686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부동산 PF 실적 감소와 기업공개(IPO) 시장 한파로 인한 대형 딜 철회 등 기업금융 부문 부진 영향으로 전년(9479억원) 대비 67.5% 줄어든 3029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렸다.

    KB증권은 자산관리(WM)와 S&T 부문 등 부진 영향으로 전년(5943억원) 대비 64.5% 줄어든 2133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삼성증권도 대규모 채권평가 손실 등으로 인해 지난해 당기순익은 전년(9658억원) 대비 56.1% 감소한 4239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녹록지 않은 업황 탓에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권사의 원활한 단기자금 조달,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긍정적인 뉴스지만 부동산 PF 이슈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도 "물가 안정에 대한 기대와 기업들의 실적 조정이 상당 부분 진행되면서 주식시장이 반등하고 있고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도 일정 수준 회복됐다"면서도 "부동산 금융 위축에 따른 IB 실적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핵심 수익성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