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 고지 신임사장 ‘전기차 퍼스트’ 제시HEV만 고수하기 어려워진 환경 영향잠재력·파급력 클 것, 업계 이목 집중
  • ▲ 사토 고지 토요타 신임사장 겸 대표 ⓒ연합뉴스
    ▲ 사토 고지 토요타 신임사장 겸 대표 ⓒ연합뉴스
    토요타가 하이브리드 중심의 친환경차 전략에서 벗어나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16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토 고지 토요타 신임 사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전기차 퍼스트라는 발상으로 사업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우선 2026년에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을 적용한 렉서스 브랜드 신차를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e-TNGA’ 전기차 플랫폼은 내연기관 플랫폼을 개조해 수익률과 확장성에 한계가 분명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e-TNGA를 적용한 순수전기차 ‘bZ4X’를 내놨지만, 주행 중 바퀴가 빠질 수 있다는 결함으로 리콜한 후 조기 폐기절차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2030년 350만대로 설정한 순수 전기차 판매목표는 유지했다. 전기차에만 중점을 두기 보다는 하이브리드와 수소 연료전지차도 병행하는 ‘전방위 전략’ 차원에서다. 

    사토 사장은 “모든 선택지를 제공하는 전체로 전기차에서 구체적인 대처를 가속하겠다”며 “취임 후 2035년 렉서스 전 차종의 전기차 전환 계획 등 관련한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겠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판매한 1050만대 중 하이브리드가 260만대, 전기차는 10만대 정도로 추산된다. 판매와 매출 모두 전체 비중의 1%를 채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사토 사장은 “2030년까지 회사 전체 매출에서 전기차 비중을 3분의 1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토요타는 전기차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을 고수해왔다. 핵심기술을 선점해 시장에서 확실한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핵심 요소인 직병렬 시스템을 선점하고 특허 출원해 다른 제조사들이 라이센스를 사용할 수 없었다”며 “앞선 기술력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면서 전기차로 전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인프라 구축 지연과 긴 충전시간 등 소비자 불만이 겹치며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가 지속되는 점도 한몫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딜로이트 그룹이 발표한 ‘2023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차량 선호도가 전기차보다 평균 2.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전 시간이 길고, 주행거리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기차 전환에 대한 주요국 정책과 더불어 제조사들도 가속도가 붙으며 더 이상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은 고수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2025년 또는 2026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량을 저공해차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2035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금지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1083만대로 사상 처음 1000만대를 돌파했고, 올해 1477만대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 전기차 판매량이 사상 처음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을 뛰어넘었다. 2022년 상반기 기준 친환경차 판매량은 순수전기차 309만대로, 하이브리드 172만대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111만대를 합한 것보다 많다.

    한편, 글로벌 1위 업체인 토요타가 전기차 중심 전략을 내놓으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을 통한 전기차 업력과 생산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어 전환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MS 변화로 살펴본 국내 완성차 메이커 경쟁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특허 경쟁력은 토요타가 8363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위인 GM의 3283점과는 수치상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며 현대차·기아는 2605점, 테슬라는 1741점으로 조사됐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 중심을 선언한 토요타를 중심으로 기술력을 갖춘 부품 업체들이 일사불란하게 전열을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시장에서 이미 400만대를 판매하고 있는 만큼 전동화했을 때 잠재력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