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잘 통하는 부직포 천장에 대충 붙였다가 전차선 위로 떨어져시공방법도 안 지켜… 감독해야 할 코레일은 검토·관리 게을리민간자문단 활동결과 발표… 터널 하자보수 사전검토 강화 등 제안
  • ▲ SRT.ⓒ연합뉴스
    ▲ SRT.ⓒ연합뉴스
    지난해 12월30일 오후 5시쯤 SRT 상행선 통복터널(평택 지제역~남산 분기부 구간)에서 발생한 전차선 단전사고는 알려졌던 대로 터널 천장 하자보수 과정에서의 부실시공이 원인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28일 민간자문단으로 구성한 특별위원회 활동 결과와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사고는 하자보수공사 때 천장에 부착한 탄소섬유 시트(부직포)가 전차선 위로 떨어져 단전과 차량 고장을 일으켰다.

    먼저 시공사는 보수공사 과정에서 부적절한 재료를 사용했다. 철근 피복두께를 확보하지 못하자 탄소섬유 부직포를 부착했는데 전도체인 탄소섬유는 전차선로에 떨어지면 중대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시공 재료로 부적절하다고 위원회는 지적했다.

    시공방법에도 문제가 있었다. 프라이머(기초 도장제)를 바를 때 5℃ 이하에선 시공이 금지되지만, 2~3℃에서 시공이 이뤄졌다. 프라이머 도포 후 굳는 데 9~15시간이 필요한 데도 바른 지 1시간도 안 돼 부직포를 붙였다. 이 과정에서 고무주걱이나 롤러로 부직포를 밀착시키는 과정도 생략했고, 부직포 접착제(레진)도 여름용 제품을 썼다. 전차선로를 고려한 낙하물 방지처리도 없었다.

    공사를 관리·감독해야 할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공사 한 달 전에 시공 적정성 등을 살폈어야 하지만, 이를 게을리했다. 시방서에 시공공법과 기준이 빠졌는 데도 검토 없이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고로 주전력변환장치(모터블록) 등이 훼손된 SRT 차량과 관련해선 천장에서 떨어진 부직포가 전차선에 닿으며 발생한 화재로 전도성 분진이 만들어졌고, 터널 내부에 확산한 이 분진들이 달리던 차량 내부 전기장치에 유입돼 스파크(절연파괴) 등을 일으킨 것으로 분석됐다.
  • ▲ 모터블록 개념도.ⓒ국토부
    ▲ 모터블록 개념도.ⓒ국토부
    위원회는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방안도 제시했다. 시설 분야에선 전차선로 터널구간 하자보수 공사에 전도성 섬유 사용을 금지토록 했다.

    코레일에 대해선 하자보수 공사 계획에 대한 사전검토 절차를 마련하도록 했다. 소규모 개량공사도 시공 중 위험요인을 미리 파악할 수 있게, 국가철도공단이 시행하는 설계안전성검토를 따르도록 했다. 공사 승인은 깐깐하게 하고 시공단계에선 점검항목을 세분화한 뒤 주요 공정은 현장을 확인하도록 주문했다.

    또한 시공업체의 하자보수 조치계획 등이 지연될 경우 철도공단과 하자보수위원회를 꾸려 대응하는 등 협업을 강화토록 했다.

    차량 분야는 모터블록 내부로 전도성 물질이 유입되지 않게 모터블록 커버와 방열판 사이에 차단막을 설치하고, 스파크 확산을 막기 위한 절연격벽 설치도 제안했다. 아울러 터널 내 전도성 이물질이 발생했을 때는 차량운행을 일시 멈추는 방안도 내놨다.

    이민규 위원장은 "통복터널 사고는 시공·감리·관리감독 등 여러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선 국토부와 코레일, 철도공단 등 관련 기관이 적극 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채교 국토부 철도안전정책관은 "지난달 발표한 철도안전 강화대책에 위원회 제안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사고 피해 규모를 60억 원쯤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