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반응, 당국 입장, 전문가 의견 청취이사회 의견 나뉘어 … 철회에 무게MBK 공세… 2900억 투입, 1.36% 추가 취득지분율 39.83%로 확대…최 회장과 격차 5%p↑우군 지키키, 국민연금 설득 총력전 선회 전망
  •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뉴데일리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뉴데일리
    고려아연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권 방어계획이 금융당국 제동으로 무산 위기에 처했다. 이 사이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 지분을 늘리며 공세 수위를 올리고 있고, 최윤범 회장 우호지분 일부는 이탈하며 최 회장에 불리한 판세가 형성되고 있다. 고려아연이 유증 계획을 전격 철회한다면, 우호지분을 지켜내면서 국민연금 설득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공개매수 결제일 이후인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주식 28만2366주를 2921억원에 취득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제한된 가격대에서 소량을 꾸준히 매매하는 ‘자유재량 매매(CD)’ 방식을 사용했다고 MBK 측은 설명했다.

    MBK의 추가 주식매수로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기존 38.47%에서 39.83%로 증가했다. 지난달 고려아연 공개매수에서 5.32%의 지분을 확보한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이번에 6.68%까지 지분을 늘렸다. 여기에 영풍 및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33.13%)과 영풍 측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통한 지분(0.02%)을 더하면 지분율은 39.83%에 이른다.

    최 회장 측과 MBK 연합 간 고려아연 지분 격차도 5%p 이상 벌어지게 됐다. 최씨 일가(15.65%)와 베인캐피털(1.41%), 우호지분(18.37%) 등 최 회장 측 지분율은 35.43%다. 다만 우군으로 분류됐던 한국투자증권(0.87%)의 이탈이 사실로 확인되면 지분율은 34%대로 줄어든다. 의결권 지분 기준으로는 MBK 연합 45.42%, 최 회장 측 약 39.5%로 추산된다.

    지분 격차가 기존 3%p대에서 5%p대로 벌어짐에 따라 MBK 측은 향후 주주총회 표대결에서도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MBK·영풍은 지난달 28일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고려아연 측에 발송했고, 이달 1일 주총 소집 허가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이 허가하면 임시주총은 빠르면 12월 말, 내년 1월 중 열릴 전망이다.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최 회장으로서는 유상증자가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회심의 카드’였다. 고려아연은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일반공모로 시행하면서 우리사주조합에 20%의 유증 물량을 배정하기로 했다. 이 경우 최 회장 측은 3%가량의 의결권을 추가로 확보, MBK와의 지분 격차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증은 없던 일이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당국은 유증 결의 과정에서 부정거래가 없었는지 조사에 착수하면서 고려아연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공개매수로 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하기로 하면서 차입금을 유상증자로 상환할 것이란 계획을 함께 세웠다면 부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이번 주 중 이사회를 열고 유증 철회 여부를 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13일 이사회가 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고려아연 이사회 사외이사들은 지난 주말 유증에 대한 시장 반응과 전문가 의견을 공유하고, 향후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이 유증을 철회한다면 우군 확보 및 수성, 국민연금 설득 등 정공법을 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려아연 지분 7.8%를 보유 중인 한화그룹은 지난 6일 고려아연 지분을 계속 보유하며 사업협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히며 최 회장 측 백기사임을 우회적으로 선언했다.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우군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국민연금의 표심을 얻는 데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