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올해 성장률 전망치 2.5%→2.2%… 내년 2.1→2.0% 하향트럼프 리스크도 경고… 관세정책 현실화 2.0 달성 못할 수도해외 IB도 전망 줄줄이 하향 조정… "경제펀더멘틀 강화해야"
  • ▲ 부산항 ⓒ연합
    ▲ 부산항 ⓒ연합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면서 우리 경제 반등에 빨간불이 켜졌다. 고금리의 여파로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침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등 국제 통상 환경 악화 우려가 더해지면서 우리나라의 저성장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을 2.2%, 내년은 2.0%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이전 전망(올해 2.5%, 내년 2.1%)보다 각각 0.3%포인트(p), 0.1%p씩 낮아진 수치다.

    KDI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2.6%), IMF(2.5%), 한국은행(2.4%)보다 낮은 수치로, 내년 전망도 한국은행(2.1%), IMF(2.2%), 정부(2.4%)의 예상보다 낮다.

    KDI는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의 주요 원인으로 내수 회복의 지연을 꼽았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내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됐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늦어졌고 그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더 컸다"면서 "고금리가 건설투자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예상보다 크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민간소비는 전분기(0.9%)에 이어 1.3% 증가에 그쳤다.  3분기 소매판매액도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2분기 1.6%에서 3분기 1.0%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문제는 트럼프 재집권으로 관세 인상이 내년부터 현실화되면 중장기적으로 경제 성장률이 더욱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경제 성장률이 1%대 성장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내수는 점차 회복되겠지만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로 수출이 둔화되면서 올해보다 경제 성장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KDI는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중국과의 무역 분쟁이 격화되면 글로벌 기업의 투자 위축과 우리 기업의 수출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KDI는 올해 수출 증가율이 7.0%에서 내년에는 2.1%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한 관세장벽이 내년부터 본격화되지 않기를 바탕으로 한 기본 시나리오다.

    정 실장은 "트럼프 1기 정부의 사례를 보면 관세 인상은 시차를 두고 진행될 가능성이 크며 2026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생각보다 관세인상이 더 빠르게 진행된다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크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2.0%)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가 예고한 보편 관세가 실제로 시행되면 우리나라의 총수출액이 연간 222억 달러에서 최대 448억달러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미중 간 2차 관세전쟁이 발생하고 갈등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이 0.5%p에서 최악의 경우 1.1%p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에서 대선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 241106 AP/뉴시스. ⓒ뉴시스
    ▲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에서 대선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 241106 AP/뉴시스. ⓒ뉴시스
    집계를 시작한 1954년 이래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2%대 이하를 기록한 적은 건국초기 1956년(0.6%), 1980년 2차 석유파동(-1.6%), 1998년 IMF 외환위기(-5.1%),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2020년 코로나19(-0.7%), 2023년(1.4%) 총 6차례다. 대부분 대형 경제 위기가 터졌던 때다.

    정 실장은 "2~3년 뒤로부터는 성장률 전망을 하게 된다면 2%대보다는 1%대 전망을 많이 할 것 같다"면서 "그만큼 중장기적인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도 잇따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IB 8곳은 지난 9월 말 2.5%였던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10월 말 2.3%로 하향 조정했다.

    회사별로 바클레이(2.6→2.3%), 골드만삭스(2.3→2.1%), JP모건(2.7→2.2%), HSBC(2.4→2.3%), 노무라(2.5→2.2%) 등도 각자 전망치를 하향했다.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평균 2.0%로, 기존의 2.1%에서 0.1%p 내려갔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수출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통상 환경 악화에 따른 수출 침체가 내수 불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제펀더멘틀(기초체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 실장은 "경제 구조개혁을 통해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단기적인 소비 부양보다는 중장기적 성장세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혁신적인 신생 기업의 시장 진입을 촉진하는 등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2기 정부는 과거와 비교해 더욱 전략적이고 노련해질 것이며 한국은 취할 수 있는 대응 수단이 제한적일 수 있다"며 "정부의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통상 환경의 악화가 국내 경제 리스크 요인들과 결합하지 않도록 한국 경제 자체의 리스크 요인들에 대한 안정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면서 "중장기적으로도 지속적인 성장 잠재력 확충, 경제 구조 업그레이드 등 혁신 성장을 통해 경제의 내구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