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톤, 우편·캠페인 등 주주 결집 나서이호진 전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배력 공고다만 ‘3%룰’ 적용되는 감사 선임건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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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광산업
    주주총회를 앞두고 태광산업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소수주주 표심 모으기에 본격 나서고 있어서다. 대부분 안건은 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주주와 특별관계자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에 따라 트러스톤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입성할 가능성도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은 태광산업 소수주주들의 힘을 결집하기 위한 전방위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소액주주들에게 우편으로 주주서한을 보내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는가 하면 온라인 행동주의 플랫폼에 캠페인 페이지를 개설해 소수주주들에게 호소하는 식이다. 

    한 소수주주는 “보유한 (태광산업) 주식수가 4주에 불과하지만 트러스톤으로부터 우편물이 도착했다”면서 “한 표라도 모으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소수주주 표심 결집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러스톤의 행보는 우호지분 확보에 나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러스톤은 앞서 지난달 9일 태광산업에 감사위원과 사외이사 선임, 배당 성향 확대, 액면분할 등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요구한 상태다. 

    태광산업의 경우 대주주의 지배력이 확고해 트러스톤의 주주제안이 상정되더라도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주주제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수를 충족해야 한다. 이에 따라 통상 주주제안이 통과되는 기업은 대주주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태광산업 이호진 전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현재 54.53%로 대주주가 막강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호진 전 회장 지분이 29.48%, 계열사 티알엔 11.24%, 이 전 회장의 조카인 이원준씨 7.49%, 학교법인일주세화학원 5%, 이원준씨의 동생인 이동준씨와 이태준씨가 각각 0.67%를 보유 중이다. 

    트러스톤이 보유한 태광산업 지분은 지난달 기준 5.88%(6만5471주)에 불과하다. 작년 9월 말 6.05%(6만7312주)를 보유 중이었지만 이후 소량 매도하면서 보유 지분이 현재 수준으로 조정됐다.  

    그러나 감사위원 선임 안건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상장사의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현재 트러스톤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조인식 전 국민연금 CIO 직무대리를 제안한 상태다. 상장사의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를 선출하면 ‘개별 3%’룰이 적용돼 각 주주별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즉, 이호진 전 회장과 그의 조카 이원준씨, 티알엔, 학교법인일주세화학원은 각각 3%씩 총 12%의 의결권을 가진다. 이동준씨와 이태준씨의 1.34%까지 포함하면 태광산업 측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13.34%로 보여진다. 

    트러스톤에도 3%룰이 적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사회 진입을 위해 추가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의결권은 최소 10.35%라는 계산이 나온다. 만약 소수주주들이 트러스톤의 편에 설 경우 승산을 기대해볼 수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태광산업 소수주주 3134명은 지분 14.2%(15만8049주)를 보유하고 있다. 트러스톤 측도 다른 안건보다는 추천 감사위원의 이사회 진입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태광산업은 아직 정기 주총 일정과 안건을 확정해 공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통상 이달 말쯤 주총이 열렸던 것을 감안해 비슷한 시기 주총 개최를 예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기 주총에서 어느 쪽이 원하는 감사위원을 선임하느냐 보다, 태광산업 경영에 트러스톤과 소수주주들이 참여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냈다는 점이 더 중요해 보인다”며 “이번 시그널이 태광산업 주가에도 영향을 줄 것이며, 이호진 전 회장도 향후 경영 복귀와 안정적인 경영권을 생각한다면 지분율만 믿고 소수주주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