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대우조선 기업결합 승인 지연에 '늑장심사' 논란공정위 "경쟁제한 효과 우려" vs 업계 "시장 이해도 낮아"작년 직원당 평균 심사기간 2.6일… 7명 충원 효과 '글쎄'
  •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가 늦어지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인력부족 문제가 새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해외 경쟁당국에 비해 적은 인력과 과중한 업무부담이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떨어뜨리고 심사 지연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 3일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 심사과정에 대해 이례적으로 백브리핑을 열고 심사과정과 주요 쟁점, 향후 일정에 대해 소개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를 마지막으로 튀르키예, 일본, 베트남 등 7개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발표되자 오히려 우리 공정당국이 심사 지연으로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중이다.

    공정위는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에서 가장 문제되는 것은 한화의 함정 부품(전략무기/방산) 시장과 대우조선의 함정 시장 간 수직결합으로 인한 경쟁제한 효과라고 지적했다. 경쟁사들도 무기 등을 공급하는 한화가 대우조선에만 유리한 조건으로 부품을 공급할 것이라는 우려를 공정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선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으로 방산 부문과 함정(군함) 부문에서 발생할 긍정·부정적 효과는 일부분에 불과하며, 더 중요한 것은 조선업이 호황인 이 시기에 대우조선이 경영정상화를 이뤄 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하는 것이라고 본다.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한화와의 기업결합이 우선이라는 견해다.

    업계에선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이 시장에서 큰 문제가 된다면 까다롭다는 EU 집행위원회 등 해외 경쟁당국이 시장의 부작용을 감수하며 기업결합을 승인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한화의 주력 사업 분야인 방산과 대우조선의 주력 사업인 조선 분야의 시장이 겹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에 결합을 승인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업계에선 공정위 심사가 늦어지는 것에 대한 불만과 함께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방산 시장의 경우 수요자는 정부 뿐인 작은 시장인데다, 한화가 주력하는 방산 사업의 경우 법적으로 경쟁사에 불이익을 줄 수 없다고 지적한다. 방위사업법을 통해 군수품 생산과 판매가 이뤄지므로 한화가 경쟁사에 무기 공급을 거부하거나 정보제공을 제한하는 등의 행위를 하면 그 자체가 위법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공정위의 심사 지연과 전문성 부족이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고질적인 인력부족이 이번 논란의 배경이라는 의견이다. 한정된 인원이 수많은 기업결합 심사를 다루다 보니 사건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기업결합 심사인력은 172명, EU는 68명, 일본은 57명이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8명에 불과했다. 직원 1인당 기업결합 심사건수는 미국 10.5건, EU 5.3건, 일본 5.2건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139건에 달했다.

    지난해 공정위가 처리한 기업결합 심사 건수는 1113건. 이는 지난해 공정위 직원 1명이 기업결합 심사 1건을 처리하는 데 평균 2.6일이 걸렸다는 뜻이다. 업계나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얘기다.

    공정위도 올해 국제기업결합과를 신설해 직원 7명을 충원했다. 기존 인력까지 총 15명이 됐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증원으로는 현재의 기업결합 심사를 제대로 소화해내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정위는 연간 1000여건의 기업결합을 심사하고 있다. 인력이 15명으로 늘었다고 해도 직원 1인당 연 평균 66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해외 경쟁당국에 비하면 업무부담이 여전히 과중한 셈이다.

    다만 공정위는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는 것은 인력문제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결합 요건이 안 맞아서 검토를 하다보니 시간이 소요된 것은 사실이다. 현재 최선을 다해서 심사하고 있다"며 "이를 인력부족 문제로 보기에는 애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