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금리보다 싼 대출 출시KB국민 주담대 연 3.69%… 지표금리 3.90% 하회케이뱅크 전세대출 최대 -0.15% 마이너스 가산금리리스크 프리미엄 감안하면 은행도 손해
  • ▲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창구에서 시민이 상담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창구에서 시민이 상담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에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는 가운데 조달금리에 못미치는 역마진 상품도 속출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혼합형)는 연 3.69~6.38%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의 주담대의 경우 최저 3.69%로 지표금리인 금융채5년물(3.90%) 보다 낮다. 가산금리 1.19%가 붙지만, 최대 우대금리(1.4%)를 받으면 은행이 조달하는 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대출받을 수 있다.

    경남은행 주담대 고정금리 상품도 최저 연 3.76%로 지표금리보다 낮다. 케이뱅크의 경우 주담대 고정형 상품에 -0.19%, 전세대출 변동금리 상품에 -0.15%씩 각각 마이너스 가산금리를 붙였다. 우대금리 조건을 모두 적용받기 쉽진 않지만, 리스크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은행도 다소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대출영업 경쟁에 가세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폭적인 금리인하는 당국의 압박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 고금리로 국민 고통이 크다"며 직접 나선 이후 연일 가산금리 인하를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말 5대 금융지주 회장단과 만남에서 "비용상승 요인을 금융권이 최대한 흡수해 대출자에 전가되는 금리인상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고 주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월 말부터 시중은행을 하나하나 방문하며 금리인하나 이자지원책을 점검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이 마련한 이자지원액만 4000억원에 육박한다.

    가계대출 감소세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은행의 금리인하 배경이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주담대 잔액은 511조2320억원으로 한달 새 1조5537억원 감소했다. 2월 감소폭 5720억원보다 세배나 확대된 것이다. 전세대출 잔액도 1조9014억원 감소한 126조6138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를 낮추면서 자금조달 비용을 줄여나가고 있다. 이날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상품금리는 3.3~3.5%로 지난달 초 3.65~3.90% 대비 최고금리 기준 0.4%p 감소했다. 이에 따라 2월 한달간 3조4506억원 늘어난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9조4711억원 줄어들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이후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대출금리도 안정세를 찾는 모습"이라면서도 "정부의 상생금융 요청에 시장상황과 별개로 임의 조정된 가산금리까지 겹치면서 일부 은행은 당분간 역마진도 감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