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실장 출신 11년만거시경제-국제금융 경력 아쉬워비은행권 대변 인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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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오는 20일자로 임기가 만료되는 박기영, 주상영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의 후임으로 장용성 서울대 교수와 박춘섭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이 각각 추천됐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신임 금통위원들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소정의 절차를 거쳐 전임자의 업무를 곧바로 이어받게 된다.한국은행의 정책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는 당연직 위원인 한국은행 총재와 부총재, 그리고 임명직 위원 5인 등 총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한국은행법에는 임명직 위원 5인의 임명과 관련, '금융·경제 또는 산업에 관하여 풍부한 경험이 있거나 탁월한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추천기관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돼 있다. 추천기관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은행연합회 등 5곳이다.한은 총재가 추천한 장용성 서울대 교수의 경우 시장에서는 '금통위원으로 선임될 만하다'며 수긍하는 분위기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 미 연방준비은행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로체스터대학교에서 경제학을 11년 동안 가르쳤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미 연방준비은행의 롱텀 컨설턴트로 활약해 거시경제는 물론 통화정책에도 정통한 학자로 꼽힌다. 또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금융분과장도 역임해 이론과 현실의 균형 감각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하지만 금융위원장이 추천한 박춘섭 후보자의 경우 '뜻밖'이라는 반응이 인다. 1960년생으로 기획예산처와 기획재정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경제관료인데, 주 활약 시기가 2010년대 중반이다. 조달청장을 끝으로 현직을 떠난 지 4년이 넘었다. 기재부 예산실장을 거쳐 재정 분야의 전문성은 인정되지만 거시경제나 국제금융 분야에서는 의문부호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기재부 예산실장 출신 금통위원은 2012년 임명된 정해방 위원이 마지막이었다.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올해 경기를 적극적으로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금리가 지금보다 더 올라가면 매우 난감하지 않겠느냐"며 "금리인하 쪽으로 확실하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이를 김주현 위원장이 추천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천한 조윤제 금통위원이 경기보다는 물가를 더 신경쓰는 '매파'로 분류되면서 아군이 더 절실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일각에서는 권역간 장벽이 허물어지는 '빅 블러(Big Blur, 경계융화)' 시대에 현재의 금통위원 추천 시스템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와 시중은행만이 금통위원 추천권을 가질 게 아니라 핀테크 등 비은행권의 목소리도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제2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금통위 구조는 한은의 1차 고객인 시중은행 중심으로 철저히 꾸려져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금융과 테크의 영역이 모호해지고, 금융 안에서도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게 현실인데 금통위는 너무 보수적"이라고 지적했다.실제로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추천한 신성환 금통위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은행 과점체제 해소 방안과 관련, 신규 은행 진출 허용에 반대 목소리를 분명하게 냈다. 현직 금통위원이 토론회에 참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 여기에서 기존 은행들의 이익을 강하게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자 2금융권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한은에서는 지급결제 업무를 비은행권에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이에 금융위와 금감원을 중심으로 검토해 온 '은행 경쟁체제 강화' 방안이 용두사미에 그칠 것이라는 견해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6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지난 한 달여간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TF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며 예대금리차 공시 확대 수준에서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신규 플레이어 진입에 대해서는 "엄격한 심사를 통해 충분한 능력이 검증된 경우에만 진입을 허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비은행권 지급결제 허용에 대해서도 "업종에 따른 허용이 아닌 '동일기능-동일리스크-동일규제' 관점에서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해 사실상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