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중징계' 사전 통보"고위 임원도 조치할 것""의심거래보고 충분히 소명"
  • ▲ 가상화폐거래소ⓒ연합뉴스
    ▲ 가상화폐거래소ⓒ연합뉴스
    16조원에 달하는 은행권 이상 외화 송금 사건과 관련해 금융권 제재가 내려질 전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이상 외화 송금 사건을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지난 20일 열린 심의위에서 논의를 시작했으나 제재 수위를 확정하진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루된 은행이 많고, 송금 규모와 횟수도 커 논의가 더 필요했다"며 "연루 은행들의 소명을 충분히 청취한 뒤 징계 적정성을 명확히 할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국내 은행 12곳과 NH선물 등 13개 금융사를 검사한 결과 122억6000만달러(약 16조원) 규모의 이상 외화 송금 거래를 확인하고 위법·부당 행위가 드러난 주요 은행에 영업점 일부 정지와 임직원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이상 외화 송금 규모를 보면 NH선물이 50억4000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시중은행에서는 신한은행이 23억6000만달러, 우리은행 16억2000만달러, 하나은행 10억8000만달러, KB국민은행 7억5000만달러, NH농협은행 6억4000만달러 순이었다. 부산·대구·광주·경남은행 등 지방은행에서도 소규모지만 수상한 송금 내역이 포착됐다.

    대부분 거래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나온 자금이라는 점에서 김치 프리미엄(국내외 시세 차익)을 노린 거래인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은행들은 정해진 프로세스대로 처리된 외화송금에 대해 징계처분은 가혹하다는 입장이지만, 금감원은 중징계를 예고했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외환 송금 규모도 워낙 컸고 중요한 사안이었던 만큼 관련 법규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에는 고위 임원에 대해서도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단순한 송금 규모에 따른 제재 수위를 정하기 보다 외국화거래법 위반 여부, 은행 직원 개입 여부 등을 따져 수위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은행의 이상 거래 가능성을 대비하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토록 하고, 업무지침을 강화할 계획이다.

    연루된 업체들이 대부분 소규모 무역 법인으로 정상적인 수입대금 거래라고 보기 어려운 내역이 다수 포착된 만큼 은행의 과실여부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시중 A은행 전 지점장이 불법 외화 송금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의심거래 보고(STR)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연루된 사건에 대한 충분한 소명을 제출하는 등 제재수위를 낮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