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 없이 비공개로"회추위 일정 논의 오갔을 것""거버넌스 개선 필요하지만 지나친 개입은 역효과"
  • ▲ KB금융ⓒ뉴데일리DB
    ▲ KB금융ⓒ뉴데일리DB
    금융감독원이 KB금융지주 이사회를 만나 최근 금융권 동향을 논의했다. 매년 지주 이사회와의 면담을 정례화한 이후 처음 이뤄진 접촉으로 어떤 논의가 오고갔는지 귀추가 주목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KB금융 이사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금감원 측에서는 김영주 은행부문 부원장보가 참석해 지배구조와 관련한 감독·검사 방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간담회에서 오간 내용은 극비리에 부쳐졌다. 최고경영자(CEO)나 이사회 의장과의 만남을 넘어 이사회 전체와 접촉하는 것을 두고 제기되는 관치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간담회 내용과 관련한 별도의 공지나 설명은 따로 내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KB금융 관계자도 "참석한 이사 외에 다른 직원의 배석 없이 진행됐다"고 했다.

    금감원이 개별 이사회와의 정례 만남을 시작한 것은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포석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지배구조법의 형식적 준수에 치중한 나머지 글로벌 기준에 비춰 미흡하다는 게 금감원의 인식이다.

    특히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주인없는 회사라는 이유로 특정 인사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이른바 셀프연임을 반복하는 행태를 막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은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주문한 핵심 과제다.

    이준수 은행·중소서민금융 부원장은 이달 초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대내외 경제환경 불안으로 은행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견실한 은행시스템을 위해서는 지배구조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임기가 오는 11월 만료되는 상황에서 금감원이 KB금융 이사회를 첫 만남 상대로 지목한 것도 투명한 CEO 선출 과정을 이끌어내겠다는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윤 회장은 2014년부터 3연임에 성공하며 9년째 그룹을 이끌고 있으며 아직 4연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CEO 선출을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현직 임기 만료 2달 전부터 개시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간담회에서 회추위 일정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면밀한 후보 검증을 위해서는 회추위의 충분한 숙려기간이 필요하다는 게 금감원 입장이다.

    예컨대 글로벌 금융사 시티그룹의 경우 4~5년 전부터 최고경영자 상시후보군을 육성하고 선출 1~2년 전 숏리스트를 꾸리는 장기 육성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금감원이 최근 내놓은 지배구조 개선안에는 이사회 내 상설기구인 지배구조위원회가 잠재적 CEO 후보군인 그룹 경영위원회(EC) 멤버의 승계관리 및 선임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NH농협, 신한지주, 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 CEO가 교체된 상황에서 KB지주 회장 선출 과장에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지배구조 개선은 선진 금융으로 나아가기 위해 거쳐야 할 절차긴 하지만, 지나친 당국의 간섭은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