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 ETF 39개 중 채권 상품 19개…절반 비중 차지순자산가치총액 증가 상위 10개 종목 중 5개 채권 상품개인 채권 매수 사상 최대…"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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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투자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출시 경쟁도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상장한 ETF 수는 총 39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채권 관련 ETF는 19개다. 올해 신규 상장된 ETF 중 절반이 채권과 관련된 상품인 셈이다.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내 ETF 시장에 새롭게 출시되는 채권형 상품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채권 투자에 대한 개인의 관심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운용사들은 소액투자가 가능한 다양한 채권형 ETF를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투자자들의 채권 ETF 매수세도 급격히 늘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국내 투자 ETF 일평균 거래대금은 2조9528억원으로, 이중 채권 ETF 일평균 거래대금이 22.0%(7083억원)를 차지했다.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682억원)과 비교했을 때 무려 4.2배 증가한 수준이다. 전체 ETF 일평균 거래대금 중 채권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월 10.5%, 2월 11.2% 등 매월 증가하는 추세다.채권 ETF 거래대금이 늘면서 순자산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실제 거래소가 집계한 지난 3월 말 기준 순자산가치총액 증가 상위 10개 종목 중 5개 종목이 채권 관련 ETF로 집계됐다.실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3-12 은행채(AA+이상)액티브는 지난 3월 말 기준 순자산가치총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ETF로 기록됐다. 해당 ETF의 순자산가치총액은 1조5132억원으로 전월 대비 4030억원 증가했다.KODEX 23-12 은행채(AA+이상)액티브 ETF는 올해 12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액티브 상품으로, 투자 과정에서 채권 가격 변동이 있더라도 만기까지 보유하면 손실을 피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높은 크레딧과 풍부한 유동성이 장점인 은행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순자산이 급성장한 것으로 풀이된다.이밖에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2위‧2646억원) ▲KBSTAR 종합채권(A-이상)액티브(3위‧1907억원) ▲KBSTAR 단기통안채(6위‧1339억원) ▲TIGER KOFR금리액티브(합성)(7위‧1209억원) 등도 순자산가치총액이 1000억원 이상 증가, 순자산 증가 상위 10개 종목에 올랐다.실제 채권 투자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관심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4월 한 달 채권 순매수는 4조5526억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이는 또한 채권시장의 전통적 큰손인 보험(2조9884억원)보다도 1조5000억원가량 많은 수준이다. 운용사들이 채권시장 내 개인의 영향력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금리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채권과 관련된 ETF들이 자연스럽게 주목받기 시작했다"라며 "특히 운용 듀레이션(잔존만기)이 긴 장기채일수록 금리에 따른 가격 변동 폭이 커 자본 차익을 노리는 개인의 자금이 유입됐다"라고 설명했다.그는 "특히 운용사들이 지난해 말 만기 보유 시 원금과 이자를 보장하는 만기매칭형 채권 ETF를 선보이면서 채권 ETF 투자에 불을 붙였다"라며 "만기까지 보유하면 약속된 기대 수익률과 이자를 챙길 수 있는 점이 투자 요인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다만 일각에선 자산운용사들이 웬만한 채권 ETF 라인업을 갖춘 상태인 만큼, 더 이상 새로운 채권 상품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채권 ETF에 대한 개인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더 이상 새로운 채권형 상품을 출시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최근 운용사들이 선보인 미국 무위험지표금리(SOFR) ETF 등 특색있는 상품을 출시하기 위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