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PI 4.9%… 2년만에 최저"6월 동결 94%… 9월 인하 80%" 전망한미금리차 부담 덜어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차례 연속 동결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6월 금리를 현 수준(5.00~5.25%)에서 동결할 확률이 높아지면서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대비 4.9% 상승하는데 그치며 2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한은 역시 한미 금리차 확대 등을 우려한 추격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노동통계국은 4월 CPI가 전월대비 0.4%, 전년동기대비 4.9%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5.0%)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월별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CPI는 전월대비 0.4% 오른 5.5%로 집계됐다. 

    CPI가 금리 결정에 쓰이는 핵심 지표인 만큼 시장에선 연준이 기준금리 동결 모드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한풀 꺾여 금리 인상 동력이 주춤해질 것이란 기대에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내달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3.9%로 집계됐다. 베이비스텝(0.25%p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6.1%에 머물렀다. 

    한 발 더 나아가 오는 9월에는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까지 증가하고 있다. CME에 따르면 9월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서 금리를 내릴 것이란 가능성은 80%로 예상됐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 시그널이 확대되면서 한국은행 역시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앞서 연준은 3일 FOMC 정례회의서 기존 금리를 0.25%p 인상했다. 이에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우리나라(3.50%)와 금리 격차는 최대 1.75%p까지 벌어진 상태다. 

    양국 간 금리 격차가 벌어질 수록 우리 경제와 외환시장에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내에 유입된 외국 투자 자본이 시차를 두고 금리 수준이 높은 미국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다, 원/달러 환율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금리 격차는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국내 수입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가까스로 안정된 인플레이션의 발작 요인이 될 수 있다. 130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이 금리 격차로 더 뛰어오를 경우 한은 역시 추가 금리 인상을 고심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미 금리 인상 이후, 시장 변동성 확대를 우려한 모니터링 강화에 나선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시장에선 한은의 3연속 금리 동결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경기 상황이 좋지 못하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가 0.30%로 가까스로 마이너스를 면한 데다 1분기 경상수지 역시 11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또 지난 1년 반 동안 이어온 금리 인상 랠리 속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을 비롯한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증가 등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실에 대한 부작용도 하나, 둘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4월 CPI 역시 14개월 만에 3%대(3.7%)로 하락하며 한은의 금리 동결의 지지대가 돼 주고 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꾸준히 부정하고 있으나 시장은 2분기 미국의 신용경색과 금융시장의 추가적인 변동성을 예상해 금리 인하를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는 마무리됐다는 판단"이라며 "하반기 물가 둔화폭 확대 전망을 고려할 때 연말로 갈수록 연준의 금리 인하는 가능할 것"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