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英 심사 때도 부정기류…최종 승인 얻어내전문가 “중간심사가 곧 최종결론 아냐”대한항공, 인수 의지 확고…EU 설득할 묘안 마련 과제로
  • ▲ ⓒ정상윤 기자
    ▲ ⓒ정상윤 기자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이 유럽연합(EU) 관문 통과를 위한 막바지 단계를 밟고 있다.

    EU경쟁당국이 양사 합병으로 유럽 일부 노선에서의 경쟁 제한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대한항공이 어떤 묘안을 짜낼지 주목된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지난 17일 대한항공에 중간심사보고서(SO)를 발부했다.

    내용은 양사의 기업결합으로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4개 노선에서 여객 운송 서비스의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한국과 유럽 간 화물 운송 부문도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SO가 기업결합 최종 승인 여부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SO에 담긴 유럽 4개 노선 여객·화물 운송에 대한 우려는 앞선 1단계 조사 때도 이미 언급된 바 있다. 대한항공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지적사항이 아닐뿐더러 최종 결정 전 내린 중간결론이기 때문에 EU당국과 추후 합의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있는 것이다.

    앞서 승인을 얻어낸 중국과 영국 경쟁당국의 심사 때도 부정적인 기류가 있었으나 대한항공이 제출한 시정안을 수용하면서 최종 승인을 얻어내기도 했다.

    EU 측도 정해진 절차에 의해 SO를 발부하되 대한항공과의 시정조치 협의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결합 전문가들은 중간심사가 곧 최종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인수·합병(M&A) 무산 시그널로는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SO에 부정적 견해가 담겼다고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당국의 승인을 얻기 위한 작업은 사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며 “EU당국이 수용 가능한 조건이 되도록 지속적인 협의를 거치면서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승인을 받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과거 MS의 링크드인 인수 과정을 살펴보면 EU에서는 반독점 우려로 초반부터 강하게 반대했다”면서 “하지만 MS가 당국이 생각지 못했던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결국 승인을 받아낸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대한항공의 의지에 따라서 당국의 판단은 충분히 바뀔 수 있다”며 “당국의 우려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합당한 시정조치를 내놓는다면 승인으로 가게 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항공업은 운수권, 슬롯 등 정부 개입이 많아 준외교 산업이라 볼 수 있는데, 이런 난관에 봉착한 상황에서 민간기업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외교력을 발휘해 나서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정상윤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정상윤 기자
    ◆ 조원태 회장 “글로벌 메가 캐리어 탄생 총력”

    대한항공을 이끄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는 매우 확고하다.

    회사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해외 기업결합심사를 위해 국내외 로펌과 자문사에 2년간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들은 기업결합심사 시작 직후부터 해외 경쟁당국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 조 회장과 경영진들은 미국·유럽 등 현지를 수차례 방문하고 경쟁사들에 신규 시장 진입 의향을 확인·설득하는 등 지원조건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또한 5개 팀, 10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기업결합 태스크포스(TF)는 조 회장과 우기홍 사장이 총괄로 진두지휘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EU와 함께 미국 당국의 심사도 진행 중이다. 미국의 경우 노선 수와 취항 항공사가 많아 당국과 세부적인 안을 조율 중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SO에 포함된 경쟁당국의 우려 사항을 해소할 수 있도록 답변서 제출과 적극적인 시정조치 논의를 통해 최종 승인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EU는 오는 8월3일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2020년 11월부터 시작된 기업결합 심사는 현재 미국·EU·일본의 심사만 남겨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