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분명했다면 책임 면하는 쪽으로"무턱대고 CEO 축출" 비판 의식하반기 KB금융 회장 선임 이슈 주목
  • ▲ 4대 금융지주ⓒ뉴데일리DB
    ▲ 4대 금융지주ⓒ뉴데일리DB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금융사 지배구조 개혁안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중대 금융사고 발생 시 무턱대고 최고경영자(CEO)를 징계했던 '관치 악습'을 타파하고, 임원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책임 지도'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이달 중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 금융업계 등과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린 지 10개월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 등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이 투명한 거버넌스를 만들면 기업과 사회의 비용 및 수익을 일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은행=공공재'라는 정부 인식이 확산하면서 당초에는 CEO 책임범위가 대폭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대규모 횡령 등 금융사고가 이어지며 금융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많았고, 내부통제 장치도 사고 예방보다는 책임 회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국내 78개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횡령사고는 총 327회, 170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한 시중은행에서는 직원이 8년간 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빼돌린 횡령사건이 터져나오는 등 규모도 해마다 커지는 추세다.

    정치권도 500만원 이상 횡령사고나 불완전판매가 발생하면 CEO를 최대 6개월 직무정지시킬 수 있는 법안을 제출하면서 당국과 발을 맞췄다.

    하지만 금융위가 마련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에는 CEO 책임 범위를 금융사고 연계하지 않는 쪽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 금융사고 발생시 CEO를 해임 또는 직무정지 수준의 중징계를 내리는 것을 법에 명시하려던 것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정부당국이 금융사 인사를 좌지우지 한다는 관치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융권 안팎에서는 중대 금융사고의 정의가 모호하고 의도하지 않은 사고 책임을 CEO 책임으로 돌리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란 지적도 나왔지만, 인명피해와 금융사고를 동일시할 수 없다는 반박도 나왔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를 둘러싸고 관치 논란이 불거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KB금융그룹 회장 선임을 앞두고 불필요한 오해는 피하려는 의도도 감지된다.

    다만 금융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임직원 내부통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CEO에게 총괄 책임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향후 내부통제 미비를 제재할 법적 근거는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금융사고 발생시 '사고 유무를 미리 알 수 없었다'가 아닌 '어떠한 방지 노력을 취했는지'를 적극 소명토록 하고 소명이 충분치 않은 경우 제재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또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됐다면 제재를 감경하거나 면제하는 인센티브도 도입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투명한 CEO 선임절차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라며 "공정하기만 하다면 불필요한 당국 개입은 없어야 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