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감자 비율 75% 의결자본금 대폭 축소… 재무구조 견실해지고 몸값 줄어PEF 2곳 인수의향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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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B생명보험이 매각에 앞서 무상감자를 추진한다. 자본금을 낮춰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몸값을 줄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고령화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되며 생명보험사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매각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이날 서울 용산구 KDB생명타워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무상감자안에 대해 의결했다.

    감자 대상은 보통주 9486만4960주로 감자비율은 75%다. 액면가는 5000원으로, 감자가 이뤄진다면 자본금은 4743억원에서 1186억원으로 감소한다.

    무상감자는 자본금은 줄이되 주주에게 아무런 보상은 하지 않는 것으로, 자산 자체엔 변동이 없다. 보통 자본금 규모를 줄임으로써 회계상 손실을 털어내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이같은 무상감자 결정은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KDB생명의 매각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자 원매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4번이나 매각이 무산된 만큼 산업은행 입장에선 몸값을 낮추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동일한 자본을 투입해도 효과가 더 커지기 때문에 원매자 입장에서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KDB생명은 현재 매각이 진행중인데 최근 2곳 이상의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에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본입찰을 통해 매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매각 대상은 KDB생명 전체 지분 중 92.7%다. 해당 지분은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공동 보유하고 있다. 2010년 산업은행은 칸서스자산운용과 PEF를 만들어 금호생명을 인수한 뒤 10년 이상 보유해왔다.

    하지만 매번 매각에 실패했다. 2014년에 두 번, 2016년과 2020년에 각각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2020년에는 PEF 운용사 JC파트너스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삼고 매각 성사 직전까지 갔으나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걸려 결렬됐다.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무엇보다 KDB생명은 계속해서 손실이 누적된 탓에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

    지난 3월말 기준 KDB생명의 부채는 16조6210억원으로, 자기자본이 5526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부채비율은 3007%다. 이는 지난해 생보사 평균 부채비율(1802%)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KDB생명 인수자는 인수 시점부터 수천억 원의 자본 확충을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은 162.47%로, 당국 권고치인 150%를 웃돌고 있지만 신종자본증권 의존도가 높아 자본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저출산·고령화의 심화로 생보사 매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기껏 힘들게 인수해도 수익성이 불투명해 실적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최근 산은 지원으로 KDB생명의 유동성 위기가 일부 해소됐더라도 생보사의 위기 등 시장 상황이 보험사 인수에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산은의 매각 의지는 분명하지만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