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공유금지-광고 요금제-스포츠 중계' 등 수익화 뚜렷EU 중심 망 사용료 입법 논의 활발… 韓 7건 법안 계류중3조 투자 유치 속 한미 FTA 통상 문제 변수… "연내 통과 힘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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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금지 정책과 사업다각화 전략으로 수익성 개선을 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주춤했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모양새다.

    넷플릭스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망 이용대가(망 사용료)' 입법 논의도 고개를 들고 있다.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국내 입법화 과정에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19일 데이터 제공업체 안테나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금지한 이후 미국의 가입자는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정 공유가 금지된 지난달 25일 이후 나흘간 가입자 수는 일평균 7만 3000명으로, 두 달 전 대비 10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넷플릭스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구독자 수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단속과 광고 요금제 도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넷플릭스는 1억 가구 이상이 계정을 공유하고 있으며, 금지 조치를 취한 이후 주가는 연초 대비 40% 넘게 상승했다.

    또한 넷플릭스는 생방송 스포츠 중계 시장 진출도 모색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자사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프로 골퍼 등 유명 인사들이 참가하는 골프 토너먼트 생방송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다. 스포츠 중계를 통해 가입자를 확보하고 광고료 수입까지 얻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가 자구책 마련에 한창인 가운데, CP가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게 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 논의도 재점화되고 있다. 최근 EU 집행위원회(EC)는 '기가비트 인프라법' 법안을 하반기에 제출하기로 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는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는 대형 CP가 망 투자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브라질에서는 통신 규제 기관 아나텔(ANTEL)이 올해 3월부터 망 이용대가 제도화 관련 의견 수렴을 진행 중이다. 베트남 정부도 전기통신법 개정을 통해 '공정한 분담'에 대한 추가 규정 마련을 예고했으며, 인도 통신 규제당국(Trai) 역시 망 이용대가 지불 법안을 마련 중이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방지법'으로 불리며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이 총 7건 발의된 상태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해당 논의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2018년부터 망 사용료를 둘러싼 법적 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접속 트래픽이 폭증하고 있어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넷플릭스는 '무정산 피어링'의 합의를 강조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다만, 국회에 계류 중인 망 사용료 법안 통과에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 3조원대 통 큰 투자를 약속하면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에서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달 미국 국빈 방문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망 사용료를 통해 발생할 통상 문제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망 사용료 강제 납부가 이뤄질 경우 한미 FTA 규범에 위배될 수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한미 FTA 제11조, 제12조 비차별원칙(내국민대우, 최혜국대우)과 제14조 공중통신망 접근·이용권 보장의무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망 사용료를 둘러싼 ISP와 CP의 갈등이 여전하고, 국회 의원들의 주장도 제각각"이라며 "연내 입법화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유럽의회는 지난 13일 '대규모 트래픽 발생기업(LTG)'의 공정 기여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찬성 428표로 채택했다. 결의안에는 대규모 트래픽 발생 기업들이 통신망 구축에 적절한 자금을 부담해 공정하게 기여할 수 있는 정책 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이 과정에서 LTG와 통신 사업자 간 협상력 비대칭성과 불균형을 해소하고 완화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