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사, 각종 ETF 최저 보수 적용 경쟁 나서신한, 미국 배당 ETF 두 차례 인하…타사 상품 출시 영향지나친 보수 경쟁 전체 수익성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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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너도나도 자사 상장지수펀드(ETF) 보수를 인하하면서 출혈경쟁이 우려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지나친 보수 인하 경쟁이 장기적으로 시장 전체의 성장세와 수익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운용은 지난 22일 자사 주력 월배당 ETF 상품 중 하나인 'SOL 미국배당다우존스'의 총보수를 기존 연 0.05%에서 0.03%로 2bp(1bp=0.01%포인트) 인하했다.

    시장에서는 신한운용의 해당 결정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상장 7개월 만에 순자산총액이 2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올해 연초 이후 레버리지와 인버스를 제외한 전체 ETF 가운데 가장 많은 개인 순매수세를 보이는 인기 상품의 보수를 낮췄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한운용은 앞서 지난해 12월 해당 상품의 총보수를 연 0.15%에서 0.05%로 낮춘 바 있다. 앞서 보수를 0.1%포인트나 낮춘 데 이어 반년 만에 또다시 인하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신한운용의 보수 인하 결정 배경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유사 상품 출시가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미래에셋운용은 지난 20일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를 상장했다. 

    해당 상품은 최소 10년 이상 꾸준히 배당금을 지급해 온 미국 기업 100개로 구성된 'Dow Jones US Dividend 100' 지수를 추종한다. 이는 SOL 미국배당다우존스의 추종 지수와 동일하다.

    쟁점은 미래에셋운용은 총보수를 0.03%로 책정하는 강수를 뒀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초기자금에 해당하는 신탁원본액을 무려 2830억원 규모로 상장, 국내 주식형 ETF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선보이며 차별화를 뒀다.

    ETF는 순자산 규모가 클수록 펀드 내 매매 등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에 투자자들이 부담하는 매매 수수료와 기타비용을 줄여 국내 상장된 미국배당다우존스 ETF 중 최저 수준으로 설정했다는 게 미래에셋운용 측의 설명이다.

    한편 기존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신한운용도 미래에셋운용의 최저 보수 정책에 맞대응하기 위해 보수 인하 카드를 펼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신한운용이 기존에 점유하고 있던 시장의 파이를 가져오기 위해 대형 운용사인 미래에셋이 아주 낮은 보수를 선보인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에 신한도 불가피하게 보수를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산운용사들의 ETF 보수 인하 경쟁은 당장 오늘내일의 일이 아니다. 

    특히 채권형 ETF의 경우 최근 투자자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용사들은 경쟁적으로 보수를 인하하고 있다.

    앞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2021년 9월 'ACE 종합채권' ETF의 총보수를 기존 0.07%에서 0.02%로 0.05%포인트 낮추며 채권형 ETF 보수율 인하 경쟁의 물꼬를 텄다. 

    이밖에 미국30년국채액티브도 보수가 0.05%로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유사 상품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 또한 0.25%로 전 세계 미국채 30년 레버리지 ETF 상품 중 최저다.

    KB자산운용도 보수 인하에 적극적인 운용사다. 회사는 앞서 올해 2월 KBSTAR KIS종합채권(A-이상)액티브의 총보수를 연 0.05%에서 연 0.012%로 인하했다. 이는 국내 상장된 676개 ETF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운용업계에서는 지나친 보수 인하 경쟁이 궁극적으로 서로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운용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수익성이 맞지 않은 수준까지 보수를 인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라며 "타사 점유율을 줄이고 당사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지만, 이는 업계 전체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단순히 보수를 낮춰 고객을 유인하기보단, 상품 자체로 경쟁하는 시장이 만들어져야 한다"라며 "상품의 아이디어로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돼야 시장이 양적·질적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