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CJ ENM 티빙·웨이브 M&A 물밑 협상2019년 이후 적자폭 확대… 합병통한 돌파구 마련주주 구성 난관, 웨이브 IPO 변수 등 숙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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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대표주자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설이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생존 위기에 몰린 이들끼리 합종연횡을 통해 활로를 모색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가 양사 간 전략적 콘텐츠 제휴 업무협약(MOU)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진다. 티빙의 모회사인 CJ ENM과 웨이브의 모회사 SK스퀘어는 이를 토대로 인수합병(M&A) 절차를 위한 물밑 협상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앞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2020년 MNO사업부 사장을 지낼 당시 "웨이브는 티빙과 합병할 생각이 당연히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 역시 올 초 "OTT 숫자를 줄여야 한다"며 합병의 필요성을 내심 드러낸 바 있다.

    티빙과 웨이브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침체된 시장 분위기와 콘텐츠 투자 위축, 불법 스트리밍 등의 요인으로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토종 OTT 1위인 티빙은 2020년 61억원, 2021년 762억원, 2022년 11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웨이브도 169억원, 558억원, 1213억원의 적자를 냈다. 

    반면,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단속과 광고 요금제 도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넷플릭스는 1억 가구 이상이 계정을 공유하고 있으며, 금지 조치를 취한 이후 주가는 연초 대비 40% 넘게 상승했다. 국내 OTT 시장 넷플릭스 점유율은 38%로 티빙(18%), 웨이브(14%)를 크게 웃돌고 있다.

    업계에서는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 카드를 꺼내든 배경으로는 콘텐츠 투자금 확보를 위한 투자 유치 차원이라고 해석한다. 양사 모두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재무적인 부담감이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측면에서다. 

    CJ ENM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50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으며, 티빙으로부터 600억원을 단기 차입으로 빌려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SK스퀘어 역시 자회사인 웨이브의 투자금 만기를 앞두고 있다. 2019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2000억원 규모로 5년 만기 전환사채(CB)를 발행, 상장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사의 합병 비율 과정에서 주주 구성이 바뀌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티빙의 주요 주주로는 CJ ENM을 비롯해 JTBC, 네이버, KT스튜디오지니 등이 있다. 웨이브는 SK스퀘어가 최대 주주이며 KBS, MBC, SBS 등이 동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통사와 공중파의 복잡한 지분 구조에서 주주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양사가 지향하는 사업 방향도 달라 물리적인 합병이 능사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양사 모두 각사별 콘텐츠 제작 및 글로벌 제휴 및 진출 전략을 구성하고 있어 물리적인 합병을 해도 큰 니즈가 없다는 얘기다. 웨이브의 불투명한 상장 시점도 변수로 남아있어 제휴 수준으로 끝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합병할 경우 물리적인 점유율은 넷플릭스와 견줄 수 있는 사이즈"라면서도 "사업적인 측면과 재무 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단기간 내 합병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