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정유사 최대 이익에…野, 횡재세 주장 나와野, 초과이득세 3개 법안 발의…"국민 고통 분담"올해 정유사 이익 급감…영국·독일 등 횡재세 폐지 움직임
  • ▲ 민주노총이 지난해 7월 정유사에 대해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노총이 지난해 7월 정유사에 대해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물가와 고유가, 고금리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고통을 분담하자며 횡재세를 주장하던 목소리가 최근에는 잠잠한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꾸준하게 횡재세를 주장하던 야당이 조용해진 것이다.

    '난방비 폭탄' 논란이 일었던 올 초만 하더라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월26일 "7조2000억 원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을 지급하자"며 "재원 확보를 위해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과도한 불로소득, 또는 과도한 영업이익을 취한 것에 대해 '횡재세' 개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법인이나 사람(자연인)에 대해 징수하는 소득세로, 우리나라에선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고금리로 예대마진(예금·대출 금리 간 차익)을 누린 정유사와 은행권에 대해 횡재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횡재세가 등장한 배경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국제 유가가 크게 뛰면서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S-Oil)·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 등 4대 국내 정유사의 영업이익은 12조320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15% 급증했다.

    고유가로 인해 국민 여론이 악화함에 따라 정부가 유류세 한시인하 조치에 더해 추가 인하를 단행하는 등 유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나서는 동안 정유사는 국민의 고혈로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국민들의 '고통 분담'이라는 명분으로 횡재세를 주장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정부와 여당을 향해 "부자감세에만 관심 가진다"고 비난했다.

    야당이 횡재세를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다른 국가들도 이미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9월 '연대기여금'이란 명칭으로 횡재세를 도입했다. 화석연료 기업이 2018~2021년 평균에 비해 20% 넘게 늘어난 이득을 초과이윤으로 보고 33%의 세율을 부과하는 것이다.

    영국은 지난해 5월 '에너지이익부담금'을 도입, 기존 세율에 25%를 추가, 영업이익에 대해 최대 65%의 세율이 적용되도록 했다가 추후 횡재세율을 35%로 추가 인상했다. 또 올해부터 2028년까지 전력기업에 대해 45%의 횡재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국회에는 이성만 무소속 의원(前 민주당)과 양경숙 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발의한 횡재세 관련 법인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3개 개정안은 과세대상이 정유사 또는 은행이냐는 차이와 과세요건이 초과소득 5억 원 이상 또는 초과이득에 대해서인지, 세율은 20% 또는 50%라는 차이가 있을 뿐 초과이득에 대해서 과세하는 점은 같다.

    지난 4월 용 의원이 EU가 도입한 '연대기여금'을 기준으로 4대 국내 정유사의 연결재무제표 실적을 분석한 결과, 2조7400억 원쯤의 횡재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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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재세 논란이 일었을 당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7일 "은행이 돈을 번 만큼 누진적 법인세를 많이 내서 기여하면 되는 것"이라며 "기업이익을 쫓아가면서 그 때 그 때 횡재세를 물리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정유사들 역시 "적자가 났을 때는 국가에서 세금을 돌려줄 것이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그런데 횡재세 주장이 나온 지 1년 만에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고꾸라지면서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지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재고자산 평가 손실규모가 늘고, 경기 둔화로 석유 제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정제 마진이 감소하자 올해 1분기 4대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은 1조4565억 원으로 1년 전보다 69.4% 감소했다.

    2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2985억 원으로 1년 전보다 87.2%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이익은 759억원으로 1년 전보다 95.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횡재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조세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실제 횡재세를 도입했던 유럽 국가들도 세재개편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지난 3일 발간한 '에너지이슈브리핑'에 따르면 영국은 2분기 석유·가스 평균가격이 하락할 경우 에너지이익부담금을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전력기업 대상 횡재세 부과 조치를 이달부터 종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7월 은행과 에너지 기업에 한시적으로 총 70억 유로의 횡재세를 부과하기로 한 스페인에서도 횡재세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스페인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중도 우파 국민당(PP)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대표는 "횡재세는 잘못 설계됐으며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내에서는 업황에 따라 임의로 징벌적 과세를 하는 것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