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2 가계저축률 10.7%… 팬데믹 전보다 3.6%p↑비대면으로 소비 줄었는데 임금 오르고 재난지원금까지디레버리징 시작한 美·EU와 상반… 부동산 유입 우려
  • ▲ 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업소ⓒ뉴데일리DB
    ▲ 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업소ⓒ뉴데일리DB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쌓인 가계 초과저축 규모가 최대 129조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소비가 줄어든데다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임금도 크게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재난지원금 등 정책자금도 한몫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 및 평가' BOK이슈노트는 2020~2022년 가계부문 초과저축 규모를 101조~129조원으로 추산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7~6.0%, 민간소비의 9.7~12.4% 수준이다.

    이 기간 동안 연평균 가계저축률은 10.7%에 달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5~2019년 평균 7.1%보다 3.6%p 상승했다. 팬데믹 초기인 2020~2021년 중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소비감소가 초과저축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지난해에는 고용호조, 임금상승과 함께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을 초과저축 증가 주요 요인으로 이슈노트는 지목했다.

    특히 소득계층별로 보면 초과저축 증가율은 고소득층에서 두드러졌다. 팬데믹 이후 임시직에 비해 상용직의 정액급여가 높은 오름세를 보였고, 금융·IT산업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특별급여가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만 저소득층에서도 상당부분 초과저축이 누증돼 있다는 점에서 부채 상환보다 생활자금 및 투자를 위한 대기자금으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이 제시한 방법론을 활용해 추정했는데 미국과는 상반된 결과가 도출돼 이목을 끌었다. 미국의 경우 초기에는 소득증가와 소비감소가 비슷하게 초과저축을 증가시켜 한국과 유사했지만, 이후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초과저축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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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우리 가계의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은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딘 모습을 보였다. 조주연 한은 동향분석팀 과장은 "미국과 유로지역의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이후 낮아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부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 가계가 초과저축을 부채상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보다 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100조원 이상 쌓인 초과저축은 금융자산 형태로 가계가 보유 중이며 향후 추이를 관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팬데믹 기간 중 시행된 정책금융 지원이 아직 종료되지 않은데다 실물경제와 금융 불확실성 때문에 부채상환을 미루고 있다는 얘기다. 조 과장은 "유동성 좋은 금융자산 형태의 초과저축은 앞으로 실물경제 측면에서 부정적 소득 충격이 있을 때 완충 역할을 하면서 민간 소비 하방 위험을 줄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동성을 확보한 초과저축이 여건변화에 따라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될 우려도 나온다. 최근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가계 초과저축이 대출과 함께 주택시장에 재접근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주택가격 상승, 가계 디레버리징 지연 등으로 이어질 경우 금융안정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 과장은 "가계 저축률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어 초과저축 누증이 지속되진 않을 수 있으나 아직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미시자료를 통한 추가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