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대부분 메워 BEP 수준D램 '희비', AI 각광 속 'HBM' 결정적이익률 50%대 고부가 제품 D램 시장 '지각변동' 촉각
  • ▲ SK하이닉스 HBM3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HBM3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지난 2분기 고부가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사상 처음 이익률로 D램 시장 1위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2분기까진 아직 양사 모두 D램 사업에서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SK하이닉스가 빠르게 이익률을 개선한데 이어 3분기에는 매출에서도 삼성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31일 반도체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D램 사업에서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 D램 영업이익률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양사 모두 적자를 기록했지만 SK하이닉스가 손익분기점(BEP)에 가까운 수준으로 실적 회복에 성공하면서 삼성을 넘어설 수 있었다.

    사업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증권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지난 2분기 D램 사업에서 1000억 원 미만의 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는 분석이 다수였다. 메리츠 증권은 SK하이닉스가 지난 2분기 D램에서 760억 원 가량의 손실을 보는데 그쳤을 것으로 예상했고 교보증권은 이보다 낮은 577억 원 수준이라고 봤다. 하나증권이나 이베스트투자증권처럼 3000억 원 미만의 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는 입장도 있었다.

    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DS(반도체) 사업별 세부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D램에서만 1조 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봤을 것이란게 증권업계 전반의 의견이다. 증권사별로 많게는 1조 1000억 원부터 적게는 8000억 원 수준까지 예상은 다양했지만 결론적으로 SK하이닉스와는 큰 격차를 나타내는 수준으로 D램 사업에서 손실을 냈다는데는 이견이 없었다.

    지난 2분기에 이처럼 양사가 D램 사업에서 큰 격차를 나타내면서 영업이익률로 사상 처음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넘어설 수 있었다. SK하이닉스는 D램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한자릿수 수준에 그친 반면 삼성전자는 -25~15%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 ▲ 삼성 HBM-PIM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 HBM-PIM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이처럼 양사가 D램 사업에서 희비가 엇갈린데는 최근 인공지능(AI)으로 각광받는 'HBM'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가장 최신 기술로 꼽히는 4세대 제품인 'HBM3'를 유일하게 개발, 생산하고 있는 곳으로 시장을 선점하는데 성공했다.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1인자인 미국 엔비디아에 이 제품을 본격적으로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2분기 실적에서 큰 폭의 개선을 이룰 수 있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D램 매출의 약 15% 가량을 이 HBM으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진행된 SK하이닉스 실적발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D램 출하량은 35% 증가했는데 이중 상당수가 HBM에 해당한다. 나머지 범용 D램에 대해선 지난해부터 감산 기조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초기 시장에 불과한 HBM은 SK하이닉스 D램 매출에선 15%만 차지하는 수준이지만 이익률에 있어선 독보적인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최신 HBM 제품의 이익률만 50%에 달한다고 알려져있다. HBM 매출 15%를 제외하면 나머지 75%는 범용 D램에서 나오는 구조지만 이 제품들은 영업이익를 내긴 커녕 적자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분기까지는 HBM에서 끌어올린 영업이익률을 범용 D램에서 그 이상 깎아먹어 마이너스 이익률을 기록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3분기부턴 SK하이닉스 D램 사업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본격적으로 HBM 효과가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가에선 오는 3분기 적게는 1000억 원에서 많게는 7000억 원 수준까지 D램 사업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흑자 전환을 이끈 동력 또한 당연히 HBM이다. HBM 수요는 올 하반기 더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SK하이닉스에서도 올해만 2배 이상의 수요가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을 정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3분기부턴 SK하이닉스가 D램 영업이익률 뿐만 아니라 매출에서도 삼성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증권가 예상으론 올 3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이 5조~6조 원대 수준으로 2분기 대비 1조 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삼성전자도 이와 비슷한 5조 원대 매출을 낼 것으로 본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까지 D램 매출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한데다 현재 예상보다 HBM 수요가 더 확대될 장미빛 예상까지 더해지면 가까스로 삼성전자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수십년간 D램 시장 1위 자리를 지킨 삼성은 한 발 늦은 HBM 사업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더구나 이처럼 시장 2위였던 SK하이닉스가 HBM으로 실적까지 빠르게 회복하면서 삼성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HBM3 신제품을 하반기부터 보다 강력하게 밀어붙일 가능성도 커졌다. 삼성은 오는 9월 HBM3 신제품인 'HBM3P'를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