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커지는데… 국내선 바이오연료 '불법'국회 석유사업법 개정안 대표발의… 통과 주목정유사 "바이오항공유 개발 정부 세제 지원 확대돼야"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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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연료인 '바이오항공유'의 국제적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석유사업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유업계가 잇따라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SAF) 시장에 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바이오 연료 사업을 영위할 법적 근거가 탄탄하지 못한 탓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SAF 사용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SAF는 석유가 아닌 폐식용유 등 폐기물을 원료로 재활용해 생산한 친환경 항공유로 비행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일반 항공유에 비해 최대 80%까지 적게 배출된다.

    이에 유럽연합은 2025년까지 기존 항공유에 이른바 SAF를 최소 2% 이상 섞어 운항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로 점차 혼합 비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환경 보호를 위해 모든 수송용 화석연료 공급자를 대상으로 '바이오연료 의무 혼합제도'를 운영 중이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 공제를 강화하는 등 SAF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에도 SAF 정책이 강화되는 추세다. 일본은 2030년까지 항공사 연료 소비량의 10%를 SAF로 대체하는 계획을 세웠으며, 중국 역시 2025년까지 5만t(톤)의 SAF를 사용하겠다는 정부 차원의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각국마다 SAF 의무화가 확대될 전망이지만 국내에서는 연구개발부터 생산·공급에 이르기까지 갈 길이 먼 상태다. 바이오항공유에 대한 석유사업법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석유사업법)상으로는 정유사가 '석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제조하는 사업으로 규정돼 있다. SAF가 석유대체연료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석유 이외에 원료인 폐식용류 등으로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아직까지 '불법'이라는 의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석유법에 석유의 범주 안에 '바이오' 자체가 없어 법적으로 허용된 물질 이외의 제품을 가지고 연료를 만들면 불법으로 간주된다"며 "업체들이 바이오항공유 기술 개발 역량을 충분히 갖췄음에도 사업을 적극 시행하기에 법적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바이오연료의 도입 확대를 위한 '석유사업법' 일부개정안이 대표발의 돼 있는 상황이다. 정유사들이 폭넓게 친환경 연료를 개발·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개정안에는 △바이오연료 사업의 정부 지원근거 마련 △석유대체연료에 바이오연료 명시 △친환경 연료 이용 및 보급 확대 전담기관 설치 △석유정제업에 친환경 원료 투입 허용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김성원 의원은 "해외 바이오 연료 시장이 열렸는데 국내 대응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며 "법적 근거 마련 및 정책적 지원을 통해 미래 먹거리 발굴과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석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고 바이오항공유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 1만㎡ 넓이, 연산 13만t 규모의 바이오디젤 제조 공장을 건설하고 2024년까지 일부 설비를 연산 50만t 규모의 수소화식물성오일(HVO) 생산설비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5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친환경 바이오 사업 공동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4월에는 HMM과 바이오선박유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최근에는 대한항공과 'SAF 실증운항 연구'를 공동 진행하기로 했다. 에쓰오일도 삼성물산과 수소 및 바이오 사업 등 에너지 신사업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은 상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SAF 도입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이 우선시돼야 한다"며 "2025년 전후로 정부 정책이 구체화되면 기업들도 SAF 사업 방향을 재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