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별사면 대상 포함… 5년 취업 제한 해제2011년 재계 30위권서 올해 52위로 수직추락이 전 회장, M&A명수 평가… “투자전략 속도낼 듯”
  •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정상윤 기자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정상윤 기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면서 10여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오너 부재로 그룹 전체가 상당히 위축됐던 것을 감안하면 이 전 회장이 그룹 재건에 어떤 행보를 보일지 이목이 집중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가 14일 발표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에는 이호진 전 회장을 비롯한 재계 총수들이 다수 포함됐다.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 및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1월 횡령·배임과 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2021년 10월 형기를 마친 뒤 출소했다. 그러나 특정경제가중처벌법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5년간 취업 제한 규정을 적용받아왔다. 앞서 그는 검찰에 기소된 이후인 2012년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대표이사를 포함해 그룹 내 모든 법적 지위와 회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즉 만기출소 시점이 2021년 10월인 점을 고려하면 2026년 10월까지는 관련 기업에 취업이 불가했다. 그러나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취업 제한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사면 덕분에 경영 복귀의 길이 열린 셈이다. 

    태광그룹의 지난 10년은 ‘잃어버린 10년’으로 평가받는다. 이 전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불거진 2011년부터 그룹의 투자가 끊겼고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나서지 못한 탓이다. 2020년에는 회사가 수년간 공을 들였던 티브로드도 SK브로드밴드로 넘어갔다. 이에 따라 2011년 재계 30위권이었던 태광그룹의 순위는 올해 52위까지 추락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그룹 모태기업 태광산업은 매출액 1조1757억원, 영업손실 531억원의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18.4% 줄었고 영업익은 전년 147억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재계에서는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낸 이호진 전 회장이 보다 적극적인 행보로 그룹 쇄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전 회장이 여전히 최대주주로서 지배력을 공고히하고 있는 만큼 경영 복귀의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 전 회장은 그룹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 지분 29.48%를 갖고 있다. 흥국생명 지분도 56.3% 보유 중이다. 흥국화재는 흥국생명이 40.06%, 태광산업이 39.1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태광그룹이 이 전 회장 출소 직후 주요 계열사 수장을 교체하고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대대적 쇄신을 단행해왔다는 점도 그의 경영 복귀 관측에 힘을 싣는다. 

    태광그룹은 지난해 초 조진환 전 티엘케미칼 대표와 정철현 전 알켄즈 전무를 각각 태광산업 석유화학본부·첨단소재사업본부 대표로 앉히고, 외부 컨설팅을 통한 신사업 검토·검증에 나섰다. 또한 그해 말에는 10년간 제조·금융·서비스 부문에 약 12조원을 투자하고 7000여명의 신규 채용을 시행하겠다는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의 복귀와 함께 굵직한 인수합병(M&A)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그는 과거 M&A의 명수라는 평가를 들었을 만큼 투자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20여개 지역케이블TV 사업자를 인수해 티브로드를 탄생시켰고, 2005년 쌍용화재(현 흥국화재), 피데스증권중개(현 흥국증권), 예가람저축은행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사세를 확장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태광그룹은 대규모 투자 등 오너 결단이 필요한 부문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성장 정체를 겪었다”면서 “이 전 회장이 복귀하는 경우 강력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투자 전략 실행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